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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오픈 챔피언 리바키나와 알카라스 |
그랜드슬램 대회가 막을 내리면 우승자는 코트 위 시상식을 마친 뒤 또 하나의 중요한 순간을 맞이한다. 바로 드레스 또는 정장을 입고 트로피와 함께 촬영하는 ‘챔피언 포토(Champion’s Photo Shoot)’다. 이 사진은 단순한 기념 촬영을 넘어 각 대회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우승자의 커리어를 상징하는 공식 기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랜드슬램마다 챔피언 포토가 촬영되는 장소는 서로 다르며, 각 대회가 가진 정체성과 문화적 특징을 반영한다.
호주오픈은 최근 수년간 멜버른에 위치한 로열 엑시비션 빌딩(Royal Exhibition Building)에서 챔피언 포토를 촬영하고 있다. 1880년에 건립된 이 건물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적 건축물이다. 웅장한 돔 구조와 클래식한 내부 디자인은 드레스와 정장을 착용한 우승자와 트로피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특히 경기장인 멜버른 파크를 벗어나 도시의 문화적 상징 공간을 배경으로 촬영한다는 점에서 호주오픈만의 독특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윔블던은 전통을 가장 중시하는 대회답게 올잉글랜드 클럽(All England Lawn Tennis Club) 센터코트를 중심으로 챔피언 포토를 촬영한다. 잔디 코트와 왕실 박스(Royal Box)가 함께 담긴 사진은 윔블던이 지닌 권위와 클래식한 분위기를 상징한다.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품격이 강조되며, 이는 140년이 넘는 대회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롤랑가로스는 붉은 클레이코트가 상징인 코트 필립 샤트리에(Court Philippe Chatrier)에서 촬영이 이뤄진다. 붉은 흙 코트와 현대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경기장 구조는 파리 특유의 감성을 전달한다. 클레이 특유의 색감과 질감은 사진 속에서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내며, 롤랑가로스만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US오픈은 세계 최대 규모의 테니스 경기장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Arthur Ashe Stadium)을 중심으로 챔피언 포토가 촬영된다. 특히 야간 조명 아래 촬영되는 경우가 많아 뉴욕 특유의 역동성과 현대적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도시적인 분위기와 화려한 연출은 US오픈이 지닌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성격을 반영한다.
챔피언 포토는 단순한 우승 기념 사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회 공식 아카이브 자료로 활용되며, 선수에게는 커리어를 상징하는 대표 이미지가 된다. 또한 글로벌 미디어와 대회 홍보 자료로 활용되며 각 그랜드슬램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와 문화적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결국 챔피언 포토는 우승 순간의 감동을 기록하는 동시에 선수와 대회의 역사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코트 위 승부가 끝난 뒤에도 남는 또 하나의 ‘전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