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크리스마스다.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크리스마스라 해서 별 특별한 날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날임은 분명하다.
25일 저녁, 영주 시민운동장 테니스장을 들렀다. 24일 울산에서 중요 회의 후 숙박, 25일 오전 친구녀석들과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울산을 출발, 점심은 대구에서 먹었다. 그리고 봉화를 들러 영주 시민운동장에 도착한 시간은 어둠이 내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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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 시민운동장 테니스장 |
영주 스타 클럽, 지난 초 여름 저녁에도 잠시 들렀었고, 그때 사진을 몇 장 렌즈에 담았었다. “정리해서 보내줘야지”했었는데 아마도 그때 정신이 없었나보다. 그대로 잊고 지나버렸다. 그리고 테니스그라피 잡지 만드느라 사진 찾는데 영주 스타 클럽 사진이 보였다.
“아…이런…잊고 있었네…사진 기다리고 있었을텐데…“
솔직히 종종 그런일이 없잖아 있다.
약속된 취재가 아니라 개인적인 경우…”일단 급한 것 부터 하고…“라는 생각에 잠시 미루면 이런일이 생긴다.
아마도…영주의 스타 클럽도 그런 경우였을듯 하다.
영주는 몇 년 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올해도 영주 한우배 취재를 했었다. 시민운동장 코트에 들어서니 실내 4면 중 3코트는 비어 있었고, 라커 룸 옆에 있는 메인 코트에서 여자분 4명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중의 한 명…고경숙 님이다. 미시몽의 회원이고, 이전에 영주시 테니스협회 일을 할 때 내게 취재 요청을 함으로써 영주와 처음 연을 맺게 해준 분이기도 하다. 아마도 개나리부 회원들 게임을 해주는 듯 보였다.
‘크리스마스 인데 열정들이 대단하신 분들이네’라고 생각하며 인사를 한 후 라커룸…몇 분이 더 앉아 있었다. 지난 번 들렀을 때 안면을 익힌 분들 몇 분, 그리고 처음 본 얼굴들.
“아니…크리스마스면 집에서 보내셔야지 왜 여기 나와 있어요?”라며 인사를 건네며 ‘테니스그라피‘를 건넸다.
23페이지에 있는 자신들의 사진을 찾은 후 좋아하는 모습들… 지난 번 방문 때 담은 사진을 미안한 마음에 작게라도 ‘테니스그라피’에 넣었더니 그 작은 사진에도 고마워 했다.
자신의 기사가 나와도 별 반응이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렇게 작은 사진, 그것도 단체 사진에 자신의 얼굴이 나왔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들도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겠지만 나도 그녀들이 좋아하는 반응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한 명 두 명
계속 코트에 사람 수가 늘어나더니 결국 실내 4면을 스타 클럽 회원들이 다 차지하고 게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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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전 제작한 스타 클럽 네임 택 |
지난 번 찾았을 때, 스타 클럽은 벌이 분봉해 나가듯 한 축이 떨어져 나가 또 하나의 여성 클럽을 만들었다고 했다.
“서로 안 좋게 빠져 나갔어요?”
“아니요~ 우리가 애들 키워서 분가 시키듯 내보냈어요”
위는 내가 한 질문이고 아래는 그에 대한 답이다.
클럽에서 한 축이 빠져 나갈 때…
남는 그룹이건 빠져 나가는 그룹이건 그 축의 중심들이 사이가 좋지 않아서일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서로 자신들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 상대에 대해 결코 긍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영주 스타의 “애들 키워 분가 시키듯 내보냈다”는 말에
”오~ 대단한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에 기회되면 꼭 한 번 취재를 해야겠다 생각했었다.
”회원이 많아 졌어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이네요?“
”젊은 친구들이 나가니 또 젊은 친구들이 우루루~ 들어왔어요. 지금은 회원이 다시 30명 돼요”
“지난 번 봤을때보다 많이 젊어진 것 같아요“
”우리가 지난 번 클럽 단체전에서 우승했어요. 젊은 회원이 없어서 생각도 못했는데. 얘들 잘 키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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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시협회장배 클럽대항전에서 우승한 스탸클럽(사진제공=고경숙) |
참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테린이들 키워서 내보내고, 또 어린 테린이들 받아들여 훈련시켜 실력 향상 시키고…
이런게 선순환 구조가 아닐까?
내년(2026년) 회장을 맡게 됐다는 고경숙 님은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 내년엔 간식을 각자 집에서 가져오는 것으로 하고 간식, 저녁 먹을 돈으로 코트 더 빌려 운동하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