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토), 서울 내곡 테니스코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클럽 ‘테니스를 위하여’의 송년 대회가 열렸다.
인터넷 모임이 막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초창기, 온라인 모임으로 출발한 ‘테니스를 위하여’는 올해로 21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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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스를 위하여 클럽이 2025 송년대회를 가졌다 |
본래 지난 해 20주년을 맞아 큰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꼭 취재를 와 달라”고 했었지만, 공교롭게도 일정이 겹쳐 함께하지 못했다. 올해는 꼭 가보겠다는 약속을 지키듯, 다시 찾은 송년대회 날은 유난히 날이 차가웠고 비도 간간이 내렸다.
일반적으로 비가 조금만 내려도 코트에서는 자연스럽게 정리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달랐다. '테위' 클럽 회원들은 “이깟 비쯤이야…”라는 듯 개의치 않았고, 코트 위에서는 웃음과 랠리가 끊이지 않았다. 끝까지 함께했고, 마무리까지 모두가 남았다. 테니스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장면이었다.
‘테위’는 2004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테니스 입문 2년 차였던 이선덕 회장이 온·오프라인 테니스 모임을 만들었다. 그 계기는 다소 솔직하다.
“아파트 내 코트에서 초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서요.”
그 작은 불편함과 반항심(?)이 모임의 출발점이 됐다. 그리고 2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내곡 테니스코트에서는 약 70여 명의 회원들이 함께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이선덕 회장은 그 이야기를 하며 환하게 웃었다.
‘선덕’이라는 이름 때문에 닉네임이 ‘여왕’이 된 이선덕 회장은 테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운동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함께 운동한다는 의미가 큰 모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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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위' 이선덕 회장. 처음 모임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
그렇다고 실력이 없는 모임이 절대 아니다. 그동안 국화부 입성자는 물론 신인부, 오픈부까지 각종 대회에서 성적을 낸 회원들도 적지 않다. 초보자들을 데려다 실력을 키우는 클럽이라는 게 더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다만 테위가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은 결과보다는 과정,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의미다.
시간이 흐르며 각자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모임을 오가지만,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남아 의리를 지켜주고 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이선덕 회장은 말한다.
“모임 때마다 항상 뭉클한 감동을 받아요.”
요즘 들어 테위에는 다시 테린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초보자들이 운동하기 좋은 모임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21년 전 처음 시작하던 시절과 닮은 풍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이를 두고 “마치 다시 시작하는 모임 같다”고 말한다.
‘테니스를 위하여’라는 이름에 대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테니스 동호인이라면 누구나 고수의 길을 꿈꾸며 레슨과 클럽 활동을 병행한다. 어느 순간 테니스는 취미를 넘어 삶이 되고, 많은 이들이 말 그대로 테니스를 위하여 살아간다. 자신 역시 테니스만을 위하여 만든 모임이기에 이 이름이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이름이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건배사로 쓰기에도 참 편해요”라는 여담도 잊지 않았다.
모임은 매주 두 번이다. 수요일(10~13시)은 내곡 테니스코트에서, 금요일(19~22시)에는 내곡과 양재코트에서 진행된다. 테린이든 고수든, 테니스를 위하여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이선덕 회장은 21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동호인 클럽에서 회장이라는 자리는 결국 시간과 비용을 들여 봉사해야 하는 자리다. 올 송년모임에서도 그녀는 그동안 자신이 모아둔 테니스 용품을 한가득 들고 나왔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부족한 몫은 조용히 본인이 채웠다. 21년 동안 그리 해왔을게다.
테니스를 위하여 진심이지 않다면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을 것.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말한다.
“테니스는 늘 뭉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