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코비치 "각국은 모든 테니스 코트를 패들과 피클볼 코트로 바꿔버릴 것"
    • 패들이 테니스를 위협하는가?

    • 라켓 스포츠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테니스가 중심에 서 있던 오랜 구도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주변을 둘러싼 새로운 종목들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전 세계 스포츠 지형을 바꾸고 있다. 그 중심에는 패들(Padel)과 피클볼(Pickleball)이 있다.

      패들과 피클볼 경기 모습
      패들과 피클볼 경기 모습. 패들은 유럽에서 피클볼은 미국에서 인기가 높다
      두 종목은 모두 ‘라켓 스포츠의 새로운 미래’라는 공통점을 갖지만, 흥하는 지역과 성장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패들은 유럽의 깊은 스포츠 문화와 중동 지역의 투자 지원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피클볼은 미국의 생활형 스포츠 환경과 대중적 접근성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두 종목의 확산은 테니스의 경쟁이 아니라 테니스 생태계 확장의 신호로 읽힌다. 패들은 테니스 선수·동호인들이 자연스럽게 병행하는 종목으로 자리 잡았고, 피클볼은 테니스 인구가 유입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테니스 패밀리 스포츠’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기사는 프랑스 스포츠 언론 기자인 아드리앵 기요가 작성한 '패들이 테니스를 위협하는가?'에 대해 쓴 기사다. 프랑스 기자이기에 프랑스와 인근 스페인의 패들 현황에 더 편중된 기사이기는 하나 패들이 스페인을 비롯 이탈리아, 북유럽, 프랑스, 중도에서 매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현재 패들의 위치를 판단하기에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듯해, 기사 내용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더 테니스가 살짝 편집해서 올린다.



      테니스는 패들의 위협을 받는가?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테니스 연맹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패들(padel)이다. 오랫동안 틈새 스포츠였던 이 종목은 테니스와 스쿼시의 중간 지점에 있는 하이브리드 스포츠로, 이제 ‘작은 노란 공(테니스)’의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다.

      스페인은 이미 패들을 국가 최고의 라켓 스포츠 1위로 만들었고, 프랑스에서는 참가자 수가 기록적으로 증가하며 프로 투어도 계속 늘고 있다. 이 폭발적인 성장 앞에서, 노박 조코비치를 비롯한 테니스 스타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테니스는 새로운 흐름을 버티기 위해 형식, 경제 구조, 이미지 등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가?”

      실존적 위협과 전략적 기회 사이에서, 이 기사는 조용히 일어나고 있는 혁명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이 혁명은 라켓 스포츠의 세계적 판도를 영구히 바꿀 수도 있다.

      멕시코의 한 정원에서 세계 무대로

      패들은 1960년대 후반에 등장했고, 그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테니스와 유사하지만 더 작은 코트에서 진행되는 스포츠로, 1969년 멕시코인 엔리케 코르쿠에라(Enrique Corcuera)가 발명했다.

      엔리케 코르쿠에라
      패들 창시자 엔리케 코르쿠에라
      그는 테니스 팬으로, 자신의 아카풀코 저택 정원에 테니스 코트를 만들고 싶었지만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20×10m 크기, 중앙에 그물, 그리고 높이 3m의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코트를 만들었다.

      1970년대부터 이 종목은 라틴 아메리카, 특히 스페인에서 급속히 인기를 얻었다. 패들은 전적으로 복식 경기만 존재하며 자체 국제연맹도 있다. 나라에 따라 패들은 테니스 연맹과 같은 조직 안에 통합되기도 한다(프랑스, 이탈리아 등). 현재 패들에는 프리미어 패들(Premier Padel)과 A1 패들 두 개의 주요 프로 투어가 있다.

      2025년 프리미어 패들 일정
      2025년 프리미어 패들 일정
      패들의 공식 경기 규칙은 다음과 같다.

      테니스와 거의 동일하게 6게임 1세트, 득점 방식도 15–30–40 시스템이다. 듀스(40–40)에서는 연속 두 포인트를 따야 게임을 가져간다. 장애인 접근성 면에서도 테니스와 유사하며, 휠체어 패들도 존재한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급격한 성장과 함께, 패들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왜 이 스포츠는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가? 그리고 테니스의 장기적 위협이 될 수 있을까?

      프랑스의 패들 현황

      프랑스테니스연맹(FFT)은 “프랑스에서 패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2014년 FFT가 종목을 공식 위임받은 이후 플레이어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2025년 6월 FFT 발표에 따르면 프랑스는 사상 처음으로 패들 등록선수 10만 명(100,000)을 돌파했다. 이는 2023/2024년의 7만 500명 대비 42.5% 증가다. 프랑스 내 패들 코트 수가 40% 증가, 현재 프랑스에는 2,917개의 코트, 거의 3,000개에 달하는 시설이 존재한다.(2025년 6월 17일 보도자료)

      FFT는 “앞으로도 신규 코트 건설, 전국 대회 개최 등을 통해 패들 발전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2025년 프리미어 패들 대회 2개를 개최했다. 2025년 보르도는 6월 30일~7월 6일, 파리는 9월 8일~14일 대회를 열었다. 아울러 2026년부터는 마르세유도 합류한다.

      atp250대회가 열렸던 리옹경기장 내년부터는 패들 경기가 열린다
      atp250대회가 열렸던 리옹경기장. 내년부터는 패들 경기가 열린다
      2026년부터 리옹 대회가 새 경기장(LDLC 아레나, 약 11,000석)으로 이전하게 됨으로써, 매년 2월 열리는 ATP 250 ‘오픈 13(Open 13)’이 열리는 마르세유는 2026년부터 패들을 새롭게 프로그램에 포함한다. 2026년 2월 2~6일, 팔레 데 스포르 경기장에서 FIP 플래티넘 패들 대회 개최 예정. 마르세유는 파리, 보르도에 이어 프랑스의 세 번째 패들 프로 개최 도시가 된다.

      스페인 패들의 경이적인 성공

      프랑스도 패들이 붐이지만, 스페인은 이미 전체 종목을 선도하는 국가다. 스페인은 패들을 국가 1위 라켓 스포츠로 만들었으며, 카를로스 알카라스의 테니스 성과와 무관하게 이 지위는 굳건하다.

      2025년 11월 14일 스페인 패들 연맹 발표에 따르면 패들 등록선수가 111,866명으로 2014년(56,263명) 대비 두 배 성장하며, 등록선수 기준 스페인에서 축구, 농구, 배구 다음 4위 스포츠로 성장했다. 반면 테니스는 2024년 기준 96,413명으로 8위였다.

      스페인에는 600만 명의 정기 또는 비정기 패들 플레이어가 있다. 전 세계 참가자의 25%에 해당한다. 스페인 매체‘엘 페리오디코 데 예클라(El Periódico de Yecla)’는 패들의 인기 요인을 다음과 같이 8가지로 요약 설명한다.

      신체 조정 능력, 반사신경, 근육 발달 향상, 정신 건강 증진, 복식 경기 중심 → 사회성 강화,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 저렴한 비용, 테니스처럼 예약 앱 발달 → 코트 대여 용이함 이다.

      스페인에서 패들은 이미 어마어마한 상업적 가치를 가진 스포츠가 되었으며, 기업, 방송,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빅3로 대변하는 라파엘 나달의 나달 아카데미의 패들 프로젝트는 패들의 확대에 더욱 더 부채질하고 있다.

      나달, 아카데미를 통한 파델 홍보대사

      라파엘 나달은 2016년 나달 아카데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모든 성인들이 수준과 상관없이 접근할 수 있는 파델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1~2개 코트 기반의 훈련 캠프는 여름, 크리스마스, 부활절 기간에도 운영된다. 주말 그룹 레슨도 받을 수 있다. 나달 아카데미는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으며, 2028년 브라질 포르토 벨루에 남미 최초 단지를 개설하며 그 영향력을 더욱 넓힐 예정이다.

      나달 아카데미 패들 경기장
      나달 아카데미 패들 경기장
      새로운 복합 시설에는 8개의 파델 코트가 지어질 예정이다. 이곳은 유망한 젊은 파델 선수들이 입학해 훈련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으며, 아카데미는 파델 분야의 선도 기관으로 점점 인식되고 있다.

      나달이라는 스포츠 아이콘이 파델에 부여하는 중요성 자체가, 이 종목이 미래에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나달 아카데미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에 이미 시설이 있으며, 곧 남미에도 확장하면서 전 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파델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카데미 공식 홈페이지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독특한 환경에서 잊지 못할 파델 경험을 제공하는 것.”

      스페인은 파델에서 세계적인 강국이다. 남자 세계 랭킹 상위 20명 중 13명이 스페인 선수이며, 여자 선수는 20명 중 16명이다. 파델은 스페인에서 국민 스포츠에 가깝고, 젊은층과 노년층 모두 폭넓게 즐긴다. 이러한 기반은 프로 리그의 정당성을 높여준다.

      바야돌리드(6월), 말라가(7월), 타라고나(7~8월), 마드리드(8~9월), 바르셀로나(12월 8~14일, 시즌 파이널). 2025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프리미어 파델 투어 대회다.

      ATP 파이널·WTA 파이널 같은 테니스의 사례처럼, 시즌 마지막 바르셀로나 대회에는 남녀 각각 상위 8팀만 참가할 수 있다. 스페인은 세계 최고의 대회를 개최하고, 많은 선수들을 최 상위권에 올리며 테니스·파델 모두에서 선도국임을 증명하고 있다.

      조코비치의 뼈 있는 이야기

      파델의 성장세는 매우 강력하며, 테니스도 장기적으로는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윔블던 2024에서 조코비치는 파델의 부상을 직접 언급하며 “테니스는 혁신이 부족합니다. 젊은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테니스는 라켓 스포츠의 왕입니다. 하지만 이제 파델도 있습니다. 파델은 계속 성장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파델을 하면서 재미를 느낍니다. 그리고 클럽 수준에서는 테니스가 지금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관점에서 테니스는 다른 스포츠와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특히 빠르게 성장하는 파델과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조코비치는 이어 말했다.

      “테니스가 혁신해야 하는 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랜드슬램 대회들은 더 젊은 관중들을 끌어들일 방법을 찾아야 해요. 포뮬러1이 마케팅과 성장 측면에서 해낸 것들을 보세요.”

      조코비치는 그랜드슬램 첫 주를 3세트 경기로 바꾸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첫 주에서는 3세트제(2선승제)로 진행하다 8강부터는 현재처럼 5세트제(3선승제)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그는 2021년 PTPA 자료를 인용해 ATP·WTA의 발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테니스는 축구, 농구, 그리고 크리켓과 비슷한 수준에 위치한, 세계에서 3~4번째로 많이 시청되는 스포츠입니다. 그러나 그 인기 대비 수익 활용은 9~10위 수준에 머뭅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더 성장할 여지가 많습니다. 개선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조코비치는 또한 다른 측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테니스가 최소한의 신뢰성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선수가 상금만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론은 거의 보도하지 않지만, 프로 투어 전체에서 단식·복식을 합쳐 실제로 테니스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선수는 400명에 불과합니다.”

      “수백만 어린이들이 테니스를 사랑하지만, 테니스는 모두에게 경제적·물리적으로 접근 가능한 스포츠가 아닙니다. 제 나라처럼 예산이 적은 국가에서는 더 문제입니다.”

      조코비치는 더 넓은 의미에서 테니스가 스스로를 재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으면 파델이나 미국에서 인기를 얻는 픽클볼 등 신흥 스포츠가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패들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패들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각국 정부는 모든 테니스 코트를 파델이나 피클볼 코트로 바꿀 거예요. 왜냐하면 그쪽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테니스 코트 하나가 있으면, 그 공간에 파델 코트 3개를 만들 수 있거든요. 이걸 계산해보면, 클럽 입장에서는 파델 코트를 갖는 것이 훨씬 더 수익성이 높습니다.”

      테니스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켓 스포츠로 여전히 글로벌 방송권 규모와 스타 선수들의 영향력에서 파델보다 앞서 있지만, 파델과 피클볼의 급등은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다. 파델은 40대 이상이 주로 시작하고, 몇 년간 운동을 쉬었던 사람들의 유입이 많다. 젊은층은 아직 덜 흡수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브뤼셀에 위치한 테니스·파델 클럽인 로열 레오폴드 클럽의 디렉터 조세 비에스카는 "파델이 테니스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한다"고 말하며 다음을 강조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재창조해야 합니다. 시설을 현대화하고, 다른 유형의 이벤트도 만들어야 합니다. 부모가 파델을 하면 아이는 테니스에 입문할 수도 있어요.”

      조코비치가 경고 신호를 보냈음에도 테니스가 당장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파델과 공존하고 협력할 방법을 찾는다면 두 종목 모두 성장할 수 있다.

      “테니스를 그만두고 파델을 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그만뒀을 겁니다. 그렇다면 다른 라켓 스포츠를 계속하는 편이 낫죠.” 아르노 클레망(2001년 호주 오픈 단식 결승 진출, 단식 세계 랭킹 1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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