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빛이 노랗게 번지던 11월 초, 춘천 송암테니스코트에는 청춘의 웃음과 열정이 가득했다.
‘테니스로 하나 된 청춘들의 축제’, 제13회 춘천 소양강배 대학생 테니스대회가 11월 8일(토)과 9일(일) 이틀간 열리며, 전국 대학 테니스 동아리 선수 1,500여 명이 코트 위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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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아침, 대학생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 춘천 송암 테니스코트 |
비가 와도 멈추지 않은 열정
올해 대회는 쉽지 않았다. 2,000명이 넘게 참가 신청을 했지만, 예기치 못한 우천 예보로 인해 일정이 한 달 가량 연기됐다.
“소양강배 역사상 처음으로 연기된 대회였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한광호 대회장은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엔 미안함과 동시에, 다시 찾아온 1,500명의 청춘들에게 고마움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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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승전이 가까워오자 대학생들의 응원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
데이비스컵의 열정을 가득 담았던 춘천 송암테니스 코트는 이제 대학생들의 환호와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날씨는 흐렸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고,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에 코트 위는 땀과 함성이 어우러졌다.
이 대회가 왜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대회’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축제보다 더 따뜻한 대회
‘춘천 소양강배’는 단순한 테니스대회가 아니다. 이곳에는 1억 원 규모의 정성과 마음이 담겨 있다.
닭갈비 320kg, 불고기 50kg, 돼지고기·문어·양미리, 그리고 맥주 60만cc...모두가 함께 먹고 웃으며 추억을 만드는 자리다.
“춘천에 오면 닭갈비 냄새부터 좋아요. 대회 진행도 깔끔하고, 봉사자분들이 정성껏 챙겨주시는 먹거리들에 송암 코트에 들어서면 정말 마음이 따뜻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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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닭갈비, 불고기 외에도 문어와 양미라가 추가됐다. 한광호 대회장은 선수들에게 먹이겠다며 양미리를 당일 잡은 신선한 것으로 직접 구매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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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정유림 학생의 말처럼, 춘천은 테니스보다 더 큰 ‘환대’를 선물했다.
병마를 이겨낸 대회장의 약속
대회장 한광호 대표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건축사무소 산 E&C 대표로서 서울올림픽코트, 서귀포 실내 코트, 양구 코트 등 전국 곳곳의 테니스 명소를 설계해온 그는 몇 해 전 간암 수술로 간의 1/3을 절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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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최다 참가한 연세대, 16팀이 참가했다. 최다 참가 2위는 고려대다. 한광호 대회장(사진 중앙)이 연세대 학생들에게 최다 참가상을 시상했다 |
“테니스 술자리가 잦았던 게 큰 원인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건강해졌습니다. 완치는 아직 아니지만 운동도 잘 하고 있고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선수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제 보약이에요.”
그는 여전히 코트 한가운데서 선수들을 맞이하며, 춘천이 대학생 테니스의 성지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대회를 준비한다.
챔피언의 함성, 그리고 느티나무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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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부 남자 단체전 결승전 기념 사진 - 경북대와 서울시립대 |
남자 대학 단체전에서는 경북대학교가 서울시립대를 2대1로 누르고
지난해 준우승의 아쉬움을 딛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경북대 팀 '숫소"는
"지난해 준우승 해서 너무 아쉬웠기에 올해 꼭 우승하고 싶었습니다. 우승해서 정말 기쁩니다"라며 환호했다.
여자 대학 단체전에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느티나무’ 팀이 서강대학교를 2대1로 꺾으며 2연패의 영광을 안았다.
“올해는 정말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우승을 많이 했어요. ‘느티나무’라는 이름처럼, 굳건하게 뿌리내린 팀워크의 결과입니다.” 코트 옆에 커다한 느티나무가 있어 동아리 이름이 느티나무가 됐다며, 느티나무 동아리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서울과기대 선수들의 웃음은 코트 위의 가을 햇살만큼이나 밝고 따뜻했다.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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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하며 2연패한 서울과기대 선수들. 올해만 6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
춘의 성지, 춘천
이제 ‘춘천 소양강배’는 단순한 대회를 넘어섰다. 대학생들이 함께 웃고, 뛰고, 먹고, 추억을 만드는 하나의 문화이자 전통이 됐다.
“힘들어도 선수들이 웃으면, 그게 보람이죠. 내년에도 더 나은 모습으로 그들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한광호 대회장의 말처럼, 이 대회는 단순히 공 하나를 넘기는 경기가 아니라, 청춘의 시간과 마음을 나누는 순간이다.
가을의 끝자락, 소양강을 스치는 바람 속에서 청춘은 오늘도 라켓을 휘두른다.
땀방울은 반짝이며 강물처럼 흘러가고, 그 속에 웃음과 우정, 그리고 인생의 한 장면이 담긴다.
춘천 소양강배... 청춘이 머물다 간 자리, 그리고 내년을 다시 기다리게 하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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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 참가한 선수가 포핸드 샷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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