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열린 현대판 ‘배틀 오브 더 섹시스(Battle of the Sexes)’가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남녀 정상급 스타가 같은 코트에 선 이번 익시비션 매치는 경기 결과를 넘어, 형식·전술·상업성까지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
| 배틀 오브더 섹시스의 두 선수 아리나 사발렌카와 닉 키리오스 |
‘동등한 무대’를 위한 파격적 설정이번 경기는 일반 투어 경기와는 전혀 다른 규칙 아래 진행됐다. 선수들은 포인트당 서브를 단 한 번만 넣을 수 있었고, 아리나 사발렌카가 사용하는 코트는 일반 규격보다 9% 축소됐다. 이는 남녀 신체 조건과 파워 차이를 고려해, 경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다. 코트 자체도 평소와 다른 형태로 구성돼 선수들에게 새로운 적응을 요구했다. |
|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에 비해 9% 느리다는 통계에 따라 사발렌카의 코트는 9% 축소됐다 |
사발렌카는 이에 대해 “코트가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고, 남자 선수와 경기하는 건 모든 것이 훨씬 빠르다”고 설명했다. 관중 수와 티켓 가격 – 높은 관심 속 ‘흥행 실험’경기는 1만7천 석 규모의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렸다.티켓 가격은 한화로 최저 약 17만원에서 최고 100만원까지 다양하게 책정 돼 익시비션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이벤트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대형 실내 아레나를 무대로 한 이번 이벤트에 대해 전문가들은 “메이저 대회를 개최하지 않는 도시에서 이런 형식의 익시비션은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평가했다.키리오스, 6-3 6-3 승리경기는 닉 키리오스의 6-3, 6-3 승리로 마무리됐다.1세트에서는 브레이크가 주고받는 흐름 속에서 키리오스가 3게임 연속 획득으로 세트를 가져갔다.2세트에서는 사발렌카가 먼저 브레이크에 성공했지만, 키리오스가 다시 흐름을 되찾았고 4-3에서의 결정적인 브레이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현재 남자 단식 세계랭킹 671위에 머물러 있는 키리오스는, 손목 부상으로 2023년 시즌 대부분과 2024시즌 전체를 쉬었고, 2025년 시즌에서도 호주 오픈을 통해 복귀했으나 무릎 부상으로 3월 마이애미 마스터즈 이후 ATP 투어 단식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 긴 공백 이후 치른 경기에서 인상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남녀 신체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여자 선수의 코트 규격을 9% 줄이고, 원 서브로 진행됐던 이 경기에서 사발렌카는 결국 스트레이트 세트로 패하며 '9% 느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존중·도전·감정’이 교차한 목소리
닉 키리오스는 경기 후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정말 힘든 경기였다. 사발렌카는 엄청난 선수이자 위대한 챔피언이다. 한때는 오른손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는데, 여기까지 돌아와 그녀와 경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솔직히 감정적으로 다가온다.”또한 그는 “그녀가 내 서브를 여러 번 브레이크했고,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텨야 했다”며 “다시 한 번 그녀와 경기하고 싶다. 그녀의 재능과 내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아리나 사발렌카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컨디션이 좋았고, 좋은 샷을 많이 만들었다. 네트로 나가고 드롭샷을 쓰는 등 경기를 즐겼다.다음에 다시 경기한다면, 이미 그의 전술과 강점·약점을 알게 됐기 때문에 더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이어 “나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경기는 나 자신을 시험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이벤트 테니스’의 실험빌리 진 킹과 바비 릭스의 역사적인 맞대결 이후 50여 년이 흐른 지금, 이번 키리오스와 사발렌카의 대결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사발렌카는 "누가 이겨도 이긴것이다"라고 말하며 이벤트에 참여했으나 오히려 많은 여자 전·현직 선수들에게는 "여자 선수에게 결코 유익한 경기가 아니다. 사발렌카가 현격한 스코어로 이기지 않는 한 얻을게 없다"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 포맷은 코트 규격의 변경에도 결국 9%의 차이를 넘지 못했다.
남녀 대결에 있어 또 다른 스타들의 참여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글로벌 흥행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