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 테니스 1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와 한때 윔블던 결승에 오른 닉 키리오스(호주)가 12월 28일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남녀 맞대결 전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Battle of the Sexes(성별 대결)’ 스타일의 전시 경기다.
이번 대결은 1973년 빌리 진 킹이 보비 리그스를 상대로 승리하며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역사적인 경기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기획되었으나, 경기 형식은 전통적인 랭킹 대결과는 차별화된다. 코트 크기를 줄이고, 두 선수 모두 단 한 번의 서브만 허용되는 규정을 도입해 신체적 차이를 일부 보완하면서 대회를 ‘쇼’ 형태로 구성했다.
사발렌카는 이 대결에 대해 “테니스 팬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고 여자 테니스에도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기회”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꼭 이길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여자 투어의 힘과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일부 관계자와 팬들은 이번 경기가 원래의 사회적 의미를 담기 어렵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오리지널 ‘Battle of the Sexes’가 여성 스포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계기가 된 반면, 이번 경기는 상업적·전시적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키리오스는 재활 이후 복귀를 준비하며 이 대결을 자신의 ‘테니스 부활의 신호탄’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 중 일부는 남녀 체력차에 대한 논란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는 향후 남녀 경기 비교 담론과도 맞물려 있다.
한편, 이 같은 남녀 대결 논쟁의 한가운데에서 가르비네 무구루사(스페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남녀 테니스의 경쟁력 차이에 대한 솔직한 관점을 내놓았다.
무구루사는 “남성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 단순히 힘 때문만은 아니다. 신체적 지구력, 근육량 등 여러 요소가 결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형제들과 연습하며 한 번도 세트를 따낸 적이 없고, 프로가 아닌 남성 연습 파트너와도 세트 승리를 거둔 일이 없는 경험을 전하며, 이런 현실이 남녀 경기의 본질적 차이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것은, 무구루사는 자신이 한때 세계 랭킹 1위였을 때조차도 남자 주니어 선수에게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는 점이다. 이는 남녀 경기 비교를 넘어, 테니스가 지닌 신체적·기술적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무구루사의 이 같은 발언은, 곧 열릴 사발렌카와 키리오스의 남녀 전시 경기와 맞물리며 테니스 커뮤니티에서 다시 한 번 논쟁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단순한 오락적 이벤트로 볼 것인지, 남녀 경쟁력에 대한 진지한 담론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