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대부분의 코트에선 경기가 끝나고 두 번째 매치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곳, 7번 코트만은 여전히 전쟁터였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경기...그리고 시계는 오후 2시 25분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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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시간 20분의 혈투를 벌인 이준혁(좌)선수와 김정우(우)선수 |
코트 위엔 두 명의 소년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이준혁(용인 GCM아카데미),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김정우.
세 살 차이의 두 선수는 한 포인트, 한 랠리도 쉽게 내주지 않았다.
강한 서브와 베이스라인 랠리, 코너를 찌르는 앵글샷, 10번 넘는 랠리는 기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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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혁의 포핸드, 4시간 20분의 혈투 끝에 승리했다 |
점수를 내도 크게 환호하지 않았고, 실수를 해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상대의 샷을 끝까지 따라가고, 기회 있을때마다 강력하게 상대 코트로 샷을 날렸다. 그리고 버텼다. 포인트가 끝날 때까지. 긴 랠리의 끝...그 잠시의 땀 닦는 시간, 엔드 체인지 시간이 그들의 휴식시간이었다.
1세트는 이준혁이 7-5로 가져갔다.
2세트는 김정우가 6-4로 되 갚았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온 3세트, 두 선수의 체력은 여전히 코트를 주저 없이 뛰어 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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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우 선수의 서브 |
4-4.
이준혁이 김정우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했다. 김정우의 서브가 잠시 흔들린 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 그는 마지막 포인트를 따내고 긴 숨을 쉬었다.
승리였다. 4시간 20분의 혈투.
이날 두 선수는 단 한 번의 메디컬 타임 없이 코트를 완주했다.
“체력전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체력엔 자신 있었거든요.”
경기 후 잠깐의 코트 인터뷰에서 이준혁은 말했다.
“그동안 매번 예선이나 1회전에서 떨어졌어요. 그래도 부모님은 한 번도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항상 믿어주셨어요.”
그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
“그래서 이번엔 꼭 이기고 싶었어요.”
그가 말한 ‘부모님’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다. 매번 예선과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낙담하던 아들을 다독이고, 다시 코트로 보낸 원동력이다. 자신들의 마음은 속으로 삭이고 삭이면서 그들은 아들에게 용기를 붇돋웠을 게다.
“부모님께 가장 먼저 감사드리고 싶어요.”
승리 후 가장 먼저 떠올린 어머니, 아버지...
그 한 마디에 그동안의 시간과 눈물이 모두 담겨 있었다.
이준혁에게 이번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다.
‘늘 1회전에서 멈추던 소년이, 오늘 자기 한계를 넘어선 순간’이었다.
그리고 비록 길고 긴 시간의 끝에 패했지만 김정우 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훌륭한 선수였다.
두 선수는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코트에서 벗어났다. 누구도 패자가 아닌, 코트 위의 전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