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시민 테니스장에서 주니어(아시아 주니어 14세 이하)대회가 한창이다. 출전 선수들의 대부분은 국내 주니어 선수들이지만 종종 외국어를 쓰는 선수들도 눈에 뛴다. 국내에서 대회를 열어 포인트를 획득하게 한다는 것…주니어 선수건 시니어 투어 선수건 그 자체로 매우 큰 혜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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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팀, 2020년 US오픈 챔피언으로 2023년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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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US오픈 챔피언 도미니크 팀(Dominic Thiem)이 투어 선수들의 비용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테니스는 부자들을 위한 스포츠다.”
그의 이 발언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다. 은퇴 후 1년 만에 조용히 입을 연 팀은, 프로 테니스 세계가 얼마나 불평등한 경제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3세부터 18세까지, 매년 8만~10만 유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팀은 스페인의 한 언론 매체에서 진행하는 팟캐스트 출연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투어 비용에 대해 실질적인 언급을 했다.
“테니스는 부자들의 스포츠입니다. 어린 나이부터 그 사실을 깨닫게 되죠. 13세에서 18세까지 매년 8만~10만 유로(약 1억 2천만~1억 6천만 원)가 필요합니다. 총 100만 유로 가까운 돈이 들죠. 대부분의 가정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훈련비, 피트니스, 피지오, 코치, 장비, 항공 이동, 숙박, 식비. 프로가 되기 전부터 이미 수억 원대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재능’보다 ‘재력’이 먼저 요구되는 구조다.
“상금의 60% 이상은 사라진다”
팀은 프로 무대의 현실도 냉정하게 설명했다. 그는 윔블던 1회전 상금을 예로 들었다.
“윔블던 1회전 상금은 약 6만5천 파운드(약 1억 원)지만, 세금과 경비를 제하면 60% 이상이 사라집니다. 남는 건 절반도 안 되죠.”
해외 대회에서는 이중 과세(double taxation) 문제도 존재한다. 대회가 열리는 나라의 세금, 본국 세금, 그리고 코치·트레이너·피지오 등 팀 경비까지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상금의 절반 이하. ATP 150위권 선수들의 현실은 ‘적자 투어’에 가깝다.
“스폰서 계약도 불안하다”
상위권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안정감은 극소수의 몫이다. 팀은 “스폰서 계약은 기본 연봉에 보너스가 붙지만, 랭킹이 떨어지거나 부상으로 쉬면 그 금액은 즉시 줄어든다”고 말했다.
“탑 3~5위일 때는 수입이 크지만, 조금만 내려가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제로 ATP/WTA 투어에서 상위 1%가 전체 상금의 40% 이상을 가져가는 구조다. 우승자는 수백만 달러를 벌지만, 100위 밖 선수는 항공권·숙소·장비비를 감당하기조차 벅차다. “프로지만, 생활은 아마추어처럼” 이것이 투어 하위권의 일상이다.
“글로벌하지만 불평등한 스포츠”
테니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넓은 시장을 가진 개인 스포츠다. 그러나 그 화려한 조명 뒤에는 극단적인 불균형이 존재한다. ITF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프로 테니스 선수의 80%가 연간 순이익 0달러 이하를 기록했다. 즉, ‘손해를 감수하며’ 투어를 뛰는 셈이다.
팀의 메시지
“나는 돈 때문에 테니스를 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선수로서 안정된 삶을 원했을 뿐입니다.”
그의 담담한 목소리에는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진심이 담겨 있다. 테니스가 진정으로 세계적인 스포츠로 남기 위해선, “부자만이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는 일이 필요하다.
도미니크 팀의 발언은 단지 “돈의 문제”를 넘어, 테니스의 미래 생태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재능 있는 선수가 돈 때문에 코트를 떠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의 정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