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오픈 화려한 드라마와 민낯
    • - 드라마와도 같았던 결승전과 앞으로 우리가 풀어 나가야 할 과제
    • 국내 유일 WTA투어 500대회인 2025 코리아오픈이 어제(21일) 여자 단·복식 결승전을 끝으로 성대한 막을 내렸다. 세계 최정상 선수들의 뜨거운 경쟁과 관중들의 성숙한 응원이 대회의 품격을 높였지만, 동시에 운영과 시설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시비옹테크, 짜릿한 역전극으로 정상에

      단식 결승은 세계 2위이자 대회 톱시드인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24세, 2위)와 2022년 코리아오픈 챔피언이자 2번 시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러시아, 30세, 11위)의 맞대결이었다.

      2022년 250대회에서 우승했던 알렉산드로바가 2025년 WTA500대회인 올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코리아오픈 우승자이자 올 2번 시드인 러시아의 알렉산드로바가 결승에서 샷을 날리고 있다.

      경기 초반은 알렉산드로바의 무대였다. 서브 난조를 보인 시비옹테크를 상대로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를 앞세워 6-1로 1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1세트가 끝나자 토일렛 브레이크를 쓰며 멘탈 잡기에 나선 시비옹테크, 서서히 컨디션 난조를 극복하기 시작하며 2세트는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6-6 타이브레이크에서 긴장감에 고비를 넘기지 못한 건 알렉산드로바였고, 결국 세트 올이 됐다.


      3세트 들어서도 먼저 기세를 잡은건 알렉산드로바였다. 시비옹테크의 두 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시킨 알렉산드로바 였으나 시비옹테크는 특유의 끈질긴 수비와 안정된 리턴으로 상대를 흔들며 알렉산드로바의 세 번째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시켜 3-3을 만들었고, 결국 6-5로 앞선 가운데 알렉산드로바의 마지막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며 세트 스코어 2-1(1-6, 7-6, 7-5)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이가 고고"일방적 응원...그리고 시비옹테크의 한국 말 인사

      코리아오픈 첫 출전에 챔피언이 된 이가 시비옹테크가 백자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코리아오픈 첫 출전에 챔피언이 된 이가 시비옹테크가 백자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올림픽 코트는 시비옹테크가 더블 폴트와 에러를 연발하며 제 컨디션을 잡지 못하자 "이가"를 외치며 응원했고, 2세트에서 팽팽한 접전 끝에 시비옹테크가 타이브레이크 승리를 거두며 세트 올이 되자 8천여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결국 2-1로 역전승한 시비옹테크는 우승 상금 16만 4천 달러(약 2억 3천만 원)와 랭킹 포인트 500점을 챙겼다. 시비옹테크는 시상식에서 우리나라말로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첫 인삿말을 하며 "이번에는 딱 두 단어만 외웠지만 내년엔 더 유창한 말을 구사해보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또한 자신의 아버지 토마즈가 1988년 서울올림픽 조정 선수로 참여한 사실을 언급하며 "아버지는 서울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저는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아버지와 내년에는 함께 오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아버지가 우리나라 서울과 인연이 있었음을 내비치며 가족애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시비옹테크가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시비옹테크는 한국말로
      시비옹테크가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시비옹테크는 우리말로 "와줘서 고마워요"로 시작해 관중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아울러 "이번 대회 결과가 자랑스럽고, 특히 오늘 매우 어려운 경기를 이겨서 의미가 남다르다. 경기 초반 잘 풀리지 않았고, 위기 극복 순간이 여러 번 찾아와 그때마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점이 스스로 기특하고, 특히 막판에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 상대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하고 마무리 지은점이 만족스럽다"고 결승전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으로 “스케쥴 상 WTA500 대회를 많이 뛸 수 없어서 최대한 내가 좋아하는 대회는 가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내년에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국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남기며 환하게 웃었다.

      2022년 챔피언이었던 알렉산드로바는 준우승 상금 10만 1천 달러(약 1억 4천만 원)를 받았지만, 결승 상대인 시비옹테크와 그녀를 향한 한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역전패 당한 알렉산드로바는 아쉬움 속에 눈가가 붉게 물든 채 시상식에 섰다.


      복식의 진수, 체코 듀오의 우승과 복식 1위 복귀

      여자 복식 전 세계 1위인 크레이치코바와 시니아코바의 체코 페어가 복식 우승하며 껴안고 있다. 시니아코바는 코리아오픈 우승하며 여자 복식 1위로 올라서게 돼 코리아오픈이 특별한 대회가 됐다.

      단식에 앞서 오후 2시 반에 시작한 복식 결승에서는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카테리나 시니아코바의 체코 대표팀 조와 마야 조인트-캐티 맥널리의 호주와 미국인 조가 결승 무대에 올라 그랜드슬램 합산 타이틀 17회의 체코 대표팀인 크레이치코바와 시니어코바의 완벽한 호흡으로 2-0 승리를 거뒀다.


      특히 시니아코바는 이번 우승으로 미국의 테일러 타운센드를 제치고 여자 복식 세계 1위 자리에 복귀하며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한국 선수들의 씁쓸한 성적표

      반면 한국 선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번 코리아오픈 예선과 본선에는 총 7명이 와일드카드를 받고 출전했다. 예선 출전 4명(이은혜, 정보영, 장수정, 장가을)과 본선 직행 3명(박소현, 구연우, 백다연) 모두 첫 라운드 탈락했다. 더 아쉬운 것은 이 7명의 선수 중 6명이 0-2의 스코어로 패했고 장수정 선수만 상대에게 1세트를 따냈다. 토탈 1승14패의 성적으로 세계무대와의 격차를 여실히 드러낸 결과였다.

      관중 문화의 성장

      이번 코리아오픈의 관중 매너는 충분히 훌륭했다
      이번 코리아오픈의 관중 매너는 충분히 훌륭했다.

      대회장인 올림픽 코트에는 총 1만700석 규모 중 약 8천여 명이 입장해 80% 가까이 채웠다. 
      관중층은 30~50대가 주류를 이루며 젊은 층이 테니스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었다. 외국인 관중도 크게 늘어나 국제대회다운 분위기를 풍겼다.

      관중의 매너 역시 높이 평가됐다. 선수들의 한 샷, 한 랠리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면서도 경기 내내 질서정연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랜드슬램에서도 종종 나오는 체어 엄파이어의 "빨리 앉아달라, 조용해달라, 콜하지 말라"라는 관중들에 대한 부탁 멘트도 나오지 않았다. 많은 테니스인들이 해외 테니스 투어에 나서며 눈으로 보고 배운 긍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공주시 테니스협회가 앞장서 공주시의 테니스인들이 관광버스로 코리아오픈 단체관람을 했다
      공주시 테니스협회가 앞장서 공주시의 테니스인들이 관광버스로 코리아오픈 단체관람을 했다.

      또한 공주시 테니스협회는 관광버스를 대절해 약 20명이 넘는 임원과 회원들이 단체 관전을 했고, 최재운 충남 회장이 그들을 위해 커피를 돌리는 등 ‘테니스 관람 문화’의 새로운 풍경도 연출됐다.


      우리나라 테니스인들의 인식변화, 특히 '하는 테니스' 위주의 인식에서 '보는 테니스' 역시 하나의 테니스 문화라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서서히 이루어져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테니스 관중 매너 역시 점점 높아 가고 있는 모습이다.

      약자 배려의 빈자리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었다. 공공 체육시설은 일정규모 이상일 경우 장애인 전용 좌석(휠체어석 포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도 휠체어석이 설치되어 있다.

      휠체어석 앞에 광고 현수막이 가록막고 있다
      휠체어석 앞에 광고 현수막이 가록막고 있다.

      그러나 그 휠체어석의 시야는 광고 현수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설치 원칙에는 '시야가 일반 관객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어야 하며, 안전펜스, 광고판등으로 가려서는 안 된다.(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제 14조 및 편의증진표준)는 시야 확보에 대한 시행규칙이 있다. 코리아오픈은 휠체어석에 광고현수막을 설치함으로써 시야확보를 차단해 버렸다. 과거 250 대회 때만 해도 휠체어 좌석에 대한 배려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퇴보한 운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접근 어려운 정보

      또한 코리아오픈은 여전히 독자적인 홈페이지조차 없고, 인스타그램이나 WTA 공식 홈페이지 등 일부 경로에만 의존하고 있다. SNS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관중은 티켓 구매나 경기 정보 확인에 큰 불편을 겪었다. 많은 테니스인들이 본 기자에게 코리아오픈 티켓을 어디서 구매해야 하는지를 문의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국내 테니스 전문 언론에 대한 취재 편의마저도 그마저도 외면했다. 

      선심과 관련해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500대회 결승임에도 센터라인 선심을 배치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선수의 서브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선심이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자 체어 엄파이어가 선심에게 자리 이동을 지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센터 서비스라인 선심을 두게 되면 2명이 더 추가된다. 이 두 명을 더 활용하지 않음으로써 움짐임으로 인해 정확한 콜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다면 오히려 그게 더 손해다.  국제대회로서의 품격과는 거리가 있는 아쉬움이다.

      비와 함께 드러난 운영·시설의 민낯

      8강전이 열릴 예정이던 금요일 우천으로 단식을 취소되고 복식은 실내코트에서 진행됐다 실내코트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대기줄
      8강전이 열릴 예정이던 금요일, 우천으로 단식을 취소되고 복식은 실내코트에서 진행됐다. 좌석 수 많지 않은 실내코트 입장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대기줄
      코리아오픈의 공식 일정은 9월 13~21일이다. 이중 13~14일은 예선전이고 본선 공식 일정은 15일부터 21일까지다. 그러나 7일 중 3일이나 비가 내렸고, 경기 일정에 큰 차질을 빚었다. 화요일은 비로 인해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며 수요일로 미뤄 진행됐고, 금요일에는 복식 실내코트 진행됐으나 단식은 전면 중지가 선언돼 티켓 환불 사태가 빚어졌다. 결국 토요일에 밀린 일정으로 인해 단식 선수들이 8강과 4강을 하루에 모두 치르는 ‘더블헤더’가 강행됐다. 8강과 4강의 토요일 더블헤더는 지난해 코리아오픈에 이어 연 2년 이어지는 불상사로 컨디션 조절에 민감한 선수들에게는 결코 반길 상황이 아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올림픽 테니스코트는 노후화가 심각하다. 이미 색이 바랠대로 바랜 좌석, 균질성을 보장하지 못한 코트 면, 연습 코트의 크렉은 물론이고 이번 비에 '플레이어 라운지의 누수'는 거의 모든 일간지 및 공중파 Tv 뉴스에 '국제적인 망신'이란 타이틀로 방송되며 한국 유일 WTA 투어이자 500대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티켓 예매해서 코리아오픈을 관전한 한 테니스인은 "250대회일 때와 지금 500대회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실질적으로 티켓 값 오른것만 체감된다"고 말했다. 

      심판장 토니 조의 적나라한 비판

      토니 조 심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토니 조 심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코리아오픈 기간인 18일, 토니 조 WTA 풀타임 슈퍼바이저이자 심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베이징, 우한, 닝보 같은 곳은 대회 등급을 승격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서 공간을 업그레이드했다. 닝보는 250에서 500으로 업그레이드할 때 개폐식 지붕을 설치했다”면서 “서울에서는 코트가 비에 젖었을 때 수건으로 닦고 있다. 국제 이벤트로서 갖춰야 하는 레벨을 전혀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 대회를 위해 많은 선수, 코치들, 스태프들이 왔는데 서울이 이렇게 보여지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또한 그는 “많은 선수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모든 코트를 동시에 교체해야 하는데 매년 센터 코트만 탑코팅을 해서 스피드가 더 느리다”며 센터 코트와 야외 코트의 속도가 다른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니 조 심판장은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500대회를 열고 싶어하는 곳이 많다. 서울에서 계속하기 위해서는 레벨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에서도 500대회를 열고 싶어하는 곳이 많다'는 토니 조 심판장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런 사태가 오게 한 1차적인 책임은 예산 부족을 핑계로 시설 개선에 소홀히 한 올림픽 코트의 시설 관리 추제인 국민체육공단과 산하 기관인 한국체육산업개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WTA500대회에 대한 위상에 맞도록 적극적인 개보수에 나서야 하고, 주관사인 대테 및 JSM도 '남 탓'에 앞서 대회 개최전 적극적으로 시설 점검에 나서 선수들이 경기하는데 최대한 불만이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

      한국 테니스가 풀어야 할 과제

      2025 코리아오픈은 분명 성공적인 흥행과 세계 정상급 경기력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한국 테니스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제대회 답지 못한 시설, 운영의 미숙, 선수 육성 부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제는 한국 테니스 리더들이 답해야 할 차례다. 

      그동안 몇 년을 육사 코트 건으로 허송세월 했던가?. 육사코트로 인한 법적인 다툼은 우리나라 테니스의 미래를 막는 충분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제...앞에서 이끄는 사람들이 장기적인 플랜으로 해야 할 일...각자의 자리를 차지했으면 그 역할 역시 최선을 다해 해야한다. 

      노후된 경기장 보수를 포함한 시설 확충, 세계무대와 격차를 좁히기 위한 선수 육성 강화, 팬과 미디어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테니스 전용 방송 플랫폼 구축이 더욱 더 절실할 때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선수들의 드라마가 계속 펼쳐지기 위해서는, 대회 조직과 한국 테니스계의 진지한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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