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별로 좋아지지 않아요” “이제는 제가 정말 조심해야” 시너와 즈브레프 인터뷰
    • “서로를 향한 찬사로 끝난 윔블던, 시너와 즈베레프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결승
    • 시너가 챔피언십 포인트를 위너로 끝낸 후 잔디에 누워 감격해하고 있다
      시너가 챔피언십 포인트를 위너로 끝낸 후 잔디에 누워 감격해하고 있다
      승부는 끝났지만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6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 약 3시간의 혈투 끝에 야닉 시너(이탈리아)가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6-7(7), 7-6(2), 6-3, 6-4로 꺾고 윔블던 정상에 다시 올랐다.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 7-9로 내준 뒤 2세트의 타이브레이크를 가져온 시너는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으로 승부를 뒤집으며 결승 시작 3시간 45분만에 윔블던 챔피언이 됐다. 이로써 지난해에 이어 윔블던 2연패를 달성했고, 개인 통산 다섯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러나 이날 센터코트를 가득 메운 1만5000여 관중이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장면은 마지막 포인트가 아니라 시상식이었다. 패자는 웃으며 승자를 축하했고, 승자는 누구보다 먼저 패자를 위로했다.

      “이제는 당신이 별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윔블던 준우승자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시상식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윔블던 준우승자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시상식 소감을 말하고 있다
      준우승 트로피를 받은 즈베레프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시너를 바라보며 웃었다.
      “먼저 야닉, 이제는 솔직히 당신이 별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벌써 당신에게 9연패를 했으니까요.”

      센터코트에는 웃음이 번졌고, 시너 역시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농담 뒤에는 누구보다 진심 어린 존경이 담겨 있었다.
      “오늘도 다시 한 번 왜 당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인지를 보여주셨습니다. 결승 주말에 센터코트에서 당신과 함께 경기할 수 있어 정말 뜻깊었고 큰 영광이었습니다. 결과는 제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즈베레프는 시너의 뒤에는 언제나 팀이 있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
      “처음에는 톱10 밖에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 1위와 그랜드슬램 챔피언이 되기까지 함께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팀의 노력 덕분입니다. 야닉도 가장 먼저 그 사실을 인정할 것입니다.”

      자신의 팀을 향해서는 잠시 말을 멈췄다.
      “우리는 정말 멋진 두 달을 보냈습니다. 윔블던에서는 한 번도 8강에 오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습니다. 스물아홉 살이 된 지금, 처음으로 이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관중들에게도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제가 경기할 때마다 코트는 가득 찼습니다. 윔블던에서 이런 응원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결승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로열 박스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코트에서 경기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제게는 엄청난 영광이었습니다.”

      “사샤, 이제는 제가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야닉 시너가 윔블던 2연패를 달성했다
      야닉 시너가 윔블던 2연패를 달성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시너는 자신이 아닌 준우승자부터 이야기했다.
      “사샤, 먼저 당신과 팀, 그리고 가족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롤랑가로스 우승으로 그랜드슬램 챔피언이 된 즈베레프를 다시 한번 치켜세웠다.
      “오늘도 정말, 정말 우승에 가까우셨습니다. 지금처럼 계속 플레이하신다면 이 트로피도 반드시 차지하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계 랭킹 1위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선수입니다. 이제는 제가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관중들은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냈다. 승자의 입에서 나온 최고의 찬사였다.

      “어머니는 경기를 보시다가 몇 번이나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시너는 자신의 팀을 향해 감사를 전한 뒤 문득 관중석을 바라봤다.
      “제 어머니도 보이시네요.”

      잠시 미소를 짓던 그는 가족이 느꼈을 긴장감을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경기를 보시다가 몇 번이나 경기장을 나가셨습니다. 선수의 가족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승보다 가족을 먼저 떠올린 한마디에 센터코트는 따뜻한 박수로 화답했다.

      “이런 일요일이 몇 번이나 더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시너는 이날 우승보다 ‘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결승전이 있는 일요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느꼈던 긴장감이 다시 떠오릅니다. 정말 특별한 날입니다. 이런 일요일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맞이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모든 순간을 결코 당연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이어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여러분은 테니스 선수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특별한 감정을 제게 선물해 주셨습니다. 테니스를 하기에 윔블던보다 더 좋은 곳은 없습니다.”

      그리고 볼 키즈와 대회 운영진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여러분 덕분에 선수들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윔블던은 우리 선수들에게 한 해 동안 가장 특별한 대회입니다.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승부는 끝났지만, 존중은 계속됐다

      시너는 이번 우승으로 윔블던 2연패와 개인 통산 다섯 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달성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했다. 우승 상금 360만 파운드(약 66억 원)와 랭킹 포인트 2,000점을 획득했다.

      즈베레프는 생애 첫 윔블던 결승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비록 우승에는 닿지 못했지만 준우승 상금 180만 파운드(약 33억 원)와 랭킹 포인트 1,300점을 얻으며 세계랭킹 2위로 올라섰다.

      누군가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누군가는 준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하지만 센터코트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 두 선수는 서로를 향해 아낌없는 존경과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그 모습은 승패보다 품격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를 보여줬고, 왜 윔블던이 단순한 테니스 대회가 아니라 ‘테니스의 성지’로 불리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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