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5일(일) 오후 6시 10분(파리 현지시각), 필립 샤트리에 1만5천(14,911석)여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붉은 앙투카 위에 두 팔을 벌리고 드러 누운 한 남자를 찬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아쉬움의 눈물로 적셨던 그곳에서 그의 등을 타고 옷을 적셨던 땀은 땀은 다시 앙투카 위로 흘러내렸다. 10여초,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바라보던 그가 코트에서 일어 섰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섰던 그 자리에 커다란 하트를 그리고는 그 하트 안에 다시 누웠다. 1만5천여 관중은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롤랑가로스의 새로운 챔피언, 그의 이름은 노박 조코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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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코비치가 챔피언십 포인트를 끝내고 코트위에 하트를 그리고 누워있다. |
조코비치가 롤랑가로스에 첫 등장한 것은 2005년,18살의 일이었다. 세르비아 출신의 앳된 청년은 예선 3게임을 치르고 본선 2회전에 도달했다. 호주오픈 본선 1회전 탈락에 이어 두 번째 그랜드 슬램 출전이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2006년, 그는 롤랑가로스에서 8강에 진출했다. 그의 상대는 첫 출전에 프랑스 오픈 우승컵을 거머 쥔 전년도 챔피언 라파엘 나달이었다. 나달과의 첫 만남이었다. 조코비치는 나달에게 세트 스코어 2대0(6-4 6-4)으로 뒤진 상태에서 기권패하며 쓰라린 첫 만남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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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코비치가 머레이를 3대1로 누르고 우승함으로써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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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년 4강에서 나달에게 연패 하면서 결승진출 좌절, 2009년 32강, 2010년 4강, 2011년 4강, 2012년 결승진출, 나달에게 패하며 준우승, 2013년 준결승 진출, 나달에게 패하며 결승 진출 좌절, 2014년 결승진출, 나달에게 패, 준우승. 2015년 결승진출, 스탄 바브링카에게 패하며 준우승. 조코비치의 롤랑가로스 역사다. 조코비치의 롤랑가로스 출전 12년 동안 반(6회)을, 결승진출 3번 중 두 번을 나달에게 패했다. 그리고 지난해, 롤랑가로스에서 처음으로 나달을 8강에서 꺾었다. 나달을 꺾은 조코비치, 드디어 프랑스 오픈 우승컵을 안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듯 했다. 그러나 결승에서 바브링카에게 일격을 맞고 침몰했다.
2016년, 자신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9번이나 우승했던 나달이 4라운드를 앞두고 짐을 싸서 집으로 갔다. 지난해 우승자인 바브링카도 준결승에서 머레이에게 패했다. 껄끄러운 상대는 모두 사라졌고, 이제 머레이만 남았다. 머레이와는 14전 12승이다. 직전 로마에서 패했지만 그때는 발목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힘겹게 올라온 머레이에 비해 체력적으로 컨디션도 좋다.
오후 3시, 1만5천여 관중이 들어선 필립 샤트리에 섰다. 조코비치는 머레이의 첫 서브를 백핸드 위너로 브레이크 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내 포핸드가 말썽을 일으키며 자신의 첫, 그리고 두 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당했다. 순식간에 게임 스코어가 1대4가 됐고, 결국 1세트는 3-6으로 머레이에게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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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코비치는 1세트를 3-6으로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
2세트, 머레이는 베이스 라인에서 좌우로 줄기차게 뛰어 다니며 양 사이드로 깊숙히 친 샷을 잘 받아 넘겼다. 포핸드는 강력한 런닝 포핸드로 다시 날아왔고, 깊숙한 백핸드는 슬라이스로 되받아 넘어왔다. 조코비치는 전략을 바꿨다. 머레이의 백핸드 쪽을 공략했다. 백핸드 쪽 사이드라인 깊숙히 찔러놓고 네트 플레이를 펼쳤다. 머레이가 백핸드 슬라이스로 넘기는 볼은 공격이 아닌 수비였다. 조코비치가 네트로 다가가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조코비치는 네트 플레이는 훌륭했다.
자신의 장점이었던 코트 커버력이 조코비치에게 원천 봉쇄 당하자 머레이의 멘탈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머레이는 드롭샷을 놓기 시작했다. 대부분 네트를 살짝 넘어가는 멋진 드롭샷이었다. 그러나 조코비치의 몸은 가벼웠다. 순식간에 달려와 불가능할 것 같은 볼들을 받아 넘겨 오히려 포인트를 냈다. 다른 선수들이 다 에러하는 그 어려운 걸 조코비치는 모두 처리해 냈다. 조코비치는 머레이의 두 번째 서브 게임만 내줬을 뿐 퍼펙트 하게 게임을 리드했다.게임은 머레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6대1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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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레이의 장점, 베이스라인에서의 런닝 스트로크, 그러나 조코비치에게 봉쇄 당했다. |
3세트에서도 그 기류는 그대로 흘러갔다. 준결승에서 바브링카를 비롯 다른 선수들에게 효과 만점이었던 2가지(좌우 런닝 스트로크, 드롭샷)의 봉쇄로 인해 멘탈이 붕괴된 머레이는 해 볼 것이 별로 없었다. 조코비치의 코트 장악력에 머레이의 의지는 완전히 바닥이었다. 조코비치의 기(氣)세에 눌리는 만큼 머레이의 다리는 무뎌졌고, 경기 시작 1시간 30분만에 머레이의 표정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신체적인 체력 저하 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이 훨씬 더 컸다. 조코비치의 네트 플레이는 거침이 없었다. 백핸드 방향으로 길게 들어갔다 싶으면 바로 네트로 대시했다. 게임 스코어 6대2. 머레이의 두번째, 세번째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시킨 조코비치의 승리다.
4세트, 조코비치는 다시 머레이의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시키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머레이는 더 이상 백핸드 쪽으로 빠져 나가는 볼을 슬라이스로 받지 않았다. 백핸드 드라이브 샷으로 응수했다. 방법을 찾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던 2,3세트에 비하면 괜찮게 흘렀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머레이에게 쐐기를 박듯 3대2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과 이어진 머레이의 서브 게임을 러브 포인트로 획득했다. 게임 스코어 5대2, 엔드 체인지 시간, 벤치로 향하는 조코비치의 얼굴은 이미 챔피언 트로피를 들고 있는 듯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자신의 의자에 앉은 두 선수의 모습은 180도 대조적이었다. 수건으로 머리를 쥐어 짜며 고뇌하고 앉아 있는 머레이, 여유만만 조코비치다. 그러나, 테니스에서 매치 포인트가 결정 되지 않으면 끝난 것이 아니다. 머레이의 반격이 시작됐다. 백핸드 위너 2개, 조코비치의 더블 폴트에 이은 포핸드 위너로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시킨 머레이, 이어 자신의 서브 게임마저 지키며 스코어는5-2에서 5-4가 됐다. 맥없이 무너질 것 같던 머레이의 반격에 관중들은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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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세트, 2-5에서 머레이의 반격이 시작됐다 |
순식간에 몰아친 머레이의 반격에 조코비치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4세트 열번째 게임, 조코비치의 서브다. 조코비치에 이어 머레이가 상대의 강력한 샷에 백핸드 에러를 범하며 15-15가 됐다. 그리고 조코비치의 백핸드 위너에 이은 머레이의 포핸드 에러, 스코어는 40-15, 더블 매치 포인트다. 이 중요한 순간에 조코비치가 더블 폴트를 범했다. 그리고 백핸드 에러를 범하여 매치를 풀며 듀스가 됐다.머레이가 한 번의 기회를 더 바라보게 됐다.
포기하지 않는 머레이를 향해 관중들은 다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조코비치가 서브준비가 끝났다. 조코비치와 머레이의 긴장감속에 관중들은 이내 조용해졌다. 조코비치의 포핸드 위너가 터지며 다시 매치 포인트, 조코비치는 서브를 넣었고 랠리 시작, 머레이의 백핸드가 네트에 "철렁" 소리를 냈다. 머레이의 볼이 바닥에 떨어짐과 함께 조코비치도 바닥에 드러 누웠다. 세트 스코어 3대1(3-6 6-1 6-1 6-4), 3시간3분의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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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코비치가 애타게 원했던 프랑스 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
조코비치의 프랑스 오픈 히스토리다. 조코비치는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함으로써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4대 그랜드 슬램(호주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남자 선수는 프레드 페리, 돈 버지, 로드 레이버, 안드레 아가시,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7명 뿐이었다. 이제 조코비치가 8번째로 그 반열에 올랐다. 2008년 호주오픈에서 그랜드 슬램 첫 우승을 한 이후 8년만에 이룬 대 기록이다(2011년 윔블던,US오픈 우승)
연속 4개 대회 우승의 영광도 안았다. 이제 조코비치에겐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완벽하게 만드는 일만 남았다.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1년에 모든 그랜드 슬램을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역대로 돈 버지(1938년)와 로드 레이버(1962,1969년)만 이뤘던 역사다. 조코비치는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까지 롤랑가로스에서 느끼지 못했던 느낌을 오늘 받았다. 그것은 관중들의 사랑이다. 이 코트에서 내 마음은 항상 당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라며 우승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4살때 부터 테니스를 시작하여 최연소 톱10에 들었던 선수. 그가 이제 현존하는 선수중 3번째로(페더러, 나달)에 이어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가 됐다. 조코비치 그의 나이 29세. 페더러 17개, 나달 14개의 그랜드 슬램 단식 타이틀을 넘어 설 수 있을까? 현재의 조코비치를 봐서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조코비치는 현재 12개다.
6월 4일 있었던 여자 단식 결승전은 22살의 가빈 무구루자(스페인)가 노장 세레나 윌리엄스(미국,34)를 세트 스코어 2대0(7-5 6-4)으로 누르고 첫 그랜드 슬램 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