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서천군테니스협회의 새로운 수장이 된 최성현 회장(위 사진)은 취임 후 시간 날 때마다 군청을 찾아가고, 체육회를 설득하고, 동호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의욕이 앞서서 절차를 좀 건너뛰기도 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오해가 있기도 했으나...그런데 열심히 하니까, 다들 도와주시더군요.”
그의 웃음에는 자신감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에게 테니스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서천군 체육회에는 지도자는 있었지만 ‘테니스 코치’는 없었다.
“아이들이 테니스를 접할 기회조차 없더군요. 그래서 이를 해결 해 줄 수 있는 관련 부서들을 찾아가 부탁했습니다. ‘테니스 코치 한 명만 두면,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질 겁니다.’”
그의 제안은 곧 현실이 됐다. 부산 금정구청 출신 은퇴 선수를 코치로 영입했고, 현재는 여성 무료 프로그램 주 2회, 유소년 무료 프로그램 주 4회가 운영 중이다.
무료 프로그램으로, 협회에서 운동하고자 하는 테린이들에게는 코트 비까지 지원한다. 그랬더니 상상하지도 않던 일들이 일어났다.
“서천 주민만 참여할 수 있었는데, 군산 사람들이 서천으로 전입신고를 하더군요. 테니스 배우려고요. 그 프로그램 덕분에 인구가 늘었습니다. 군수님께 말씀드렸죠. ‘이 프로그램으로 3명 유입했습니다. 테니스가 인구 유입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웃으시더군요.”
아이들을 어떻게 코트로 끌어 들일까? 라고 생각하다가 우리 아이들에게 먼저 실험적 테스트를 했어요. 거실 바닥에 검정 테이프를 붙여 코트를 흉내 내며 우리 아이를 놀게 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아이가 "테니스장 가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이 참 감동이었어요."
최 회장은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모든 학교에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테니스 시스템을 도입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온라인으로라도 아이들이 테니스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결국 그는 서천의 아이들에게 무료 테니스 프로그램을 현실화 했고, 미래 우리나라 테니스의 주역이 될 아이들을 육성 중이다.
서천군 테니스협회 임원들
서천군 테니스 인구는 약 200명. 그중 40%가 시니어층이다. 젊은 층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그는 ‘무료 프로그램을 통한 세대 교체’를 직접 추진하고 있다.
전국대회 3개, 지역경제도 ‘서천의 힘’으로
한산모시배, 맥문동배, 서천군수배, 서천군이 개최하고 있는 전국대회다.
그는 서천군 테니스 수장이 된 첫해 ‘맥문동배 전국대회’를 직접 만들었다.
“송림에 맥문동 군락지가 있습니다. 군에서도 축제를 하는데, 그걸 테니스와 묶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지역을 알리는 데도, 테니스 발전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요.”
대회는 성공적이었다. 대회의 성공에 서천군 테니스협회의 적극적인 활동은 당연하거니와 그 배경에는 지원 역시 한 몫한다. 서천군은 한산모시배 3,000만 원, 맥문동배 2,500만 원, 서천 군수배 3,000만 원을 지원하며 서천군의 테니스 활성화에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
 |
| 서천군수배 개나리부 입상 선수들 |
서천군은 팀 수에 무리하지 않는다. 서천군내 코트 19면에 맞는 조건으로 팀 수를 조정하고,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회 요강을 만든다. 이번에도 개나리부, 신인부를 96팀으로 한정했다.
"처음에 인근 부여 코트까지 섭외해서 대회를 할 때는 180~200여팀을 받은적도 있어요. 그런데 거의 자정이 다 되어 경기가 끝났어요. 선수들에게도 대회를 진행하는 스텝들에게도 너무 힘든 하루가 되는 일정이죠. 군에서도 '군 내에서 모든 대회가 진행됐음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기에 서로 의기투합 했죠"
최 회장은 서천군을 시골이라 표현했다.
"열심히 서천을 이야기 하면 나중에 서산 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테니스를 통해 우리 서천을 알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꼭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라고 허탈하게 웃는 모습에는 안타까움과 비장함이 같이 묻어 있었다.
 |
| 서천군 테니스발전에 대한 공로로 표창을 받았다 |
"서천을 모르던 사람들이 대회 때문에 찾아오고, 숙박하고, 밥 먹고 가요. 이게 바로 지역 경제의 선순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멀리 서울에서, 제주도에서 이곳 서천 대회를 찾아주시는 동호인분들이 정말 감사하게 느껴져요"
2년 안에 이루겠다는 목표로 진행했던 '여성과 유소년 프로그램'과 '테니스 코치'의 문제가 운 좋게도 1년안에 마무리 됐다는 최 회장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서천 실내 돔코트 건설’ 실내 코트 10면 만들기다.
“군수님도 ‘하라’고 하셨어요. 다만 재정이 어렵죠. 군 의회 의원들도 도비 확보만 되면,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어요. 이게 서천 테니스의 미래입니다.”
지금 서천에는 실내코트 5면(종합운동장 3면, 장항 2면)이 있다. 거기에 서천 레포츠 공원에 실내 4면을 만들고자 추진 중이다.
“서천의 여성 테니스 인구가 20명도 안돼요. 그래서 ‘여성이 중심’인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을 키워야 서천의 여성 테니스가 살아납니다. 그게 바로 변화죠. 테니스로 행복해지는 서천, 그게 제 꿈입니다.” 그에게 테니스는 ‘스포츠’ 이상의 의미다.
이 인터뷰는 서천 군수배 개나리부 대회 때 진행됐다. 참가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부탁했다.
“대회 참가하러 오셨지만, 스트레스도 풀고, 힐링도 하고,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추천 여행 코스까지 꺼냈다.
“청소년수련관 숙박시설이 저렴해요. 그 앞에 맥문동 군락지가 있어서 아침 산책하기 딱 좋죠. 박대구이, 칼국수, 해산물도 정말 맛있습니다. 춘장대 해수욕장의 펜션 경치도 끝내줍니다.”
스스로 일을 만들고 개척해 나가는 것이 특징인 열정맨에게는 항상 두 가지가 따라 붙는다. '응원'과 '시기 질투'다. 열정맨이 더 힘차게 발전 지향적으로 일을 하게 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응원'이다. 그 반대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시기와 질투에 찬 의심의 눈 초리다. '응원'의 말 한 마디가 힘이 되고 시기와 질투의 한 마디가 열정을 사그라들게 한다.
현재, 서천군의 최성현 회장은 정말 열정적으로 서천군의 테니스 발전을 위해 앞장서서 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5년이 끝난 후 서천군이 얼마나 발전해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