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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코 고프 |
2019년 윔블던. 단 15세였던 코코 고프는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예선에서 올라온 신예가, 그것도 센터코트의 여왕으로 불린 비너스 윌리엄스를 6-4, 6-4로 잡아내며 16강에 진출한 것이다.
그 기적 같은 승리 뒤에는, 단순한 실력 이상의 멘탈의 전환점이 숨어 있었다고 고프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털어 놨다.
경기 직전, 고프는 그랜드슬램 3회 준우승자 메리 조 페르난데스와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고프는 어린 선수에게 흔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전설을 상대하는데, 완패만 하지 말자. 몇 게임이라도 따내면 괜찮겠지.’ 그러나 메리 조는 단호했다.
“몇 게임이나 따 낼지 보러 코트에 나가지 마라. 이길 마음으로 나가라.”
그 한마디는 어린 고프의 경기 접근 방식을 완전히 뒤바꿨다. 고프는 말했다. “처음엔 분명히 완패를 피하려는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조언을 듣고, ‘질 게 없다’는 마음으로 코트에 들어갔죠.” 이 순간, 고프의 멘탈은 생존 모드에서 공격 모드로 전환됐다.
멘탈의 반전 두려움에서 주도권으로
고프는 비너스와의 대진표를 보고 처음엔 겁을 먹었다. “오, 비너스를 상대하게 됐구나”라는 아버지의 말이 귓가를 울렸고, 전광판에 비너스의 이름이 뜨는 것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말했다. “전광판을 일부러 보지 않았어요. 비너스의 이름을 보고 싶지 않았죠. 그냥 예선 경기처럼, 똑같이 치려고 했어요.”
전설의 이름이 주는 압박을 차단하고, 상황을 평범화(normalization) 하는 선택이었다. 이는 스포츠 심리학에서 “경쟁의 재해석(reframing)”으로 알려진 대표적 전략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고프는 첫 슬라이스, 첫 서브 리턴, 첫 랠리에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고, 그 에너지는 두 세트를 완전히 관통했다.
당시 고프는 자신감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인정했다. “윔블던에서 비너스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그러나 ‘이기러 나가라’는 조언은 고프에게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목표를 열어주었다. 그 문장이 그녀에게 준 변화는 단순한 의욕 상승이 아니라, “패배를 피하려는 경기”에서 “승리를 향한 경기”로의 전환이었다.
결과보다 큰 의미, 고프 멘탈의 탄생 순간
고프는 이후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되었고, 현재 세계 랭킹 3위 권에 자리하며 WTA 투어의 상징적 존재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녀의 멘탈을 만든 근본적 순간은 바로 그때였다.
“이길 생각으로 나가라.”
이 한마디는 단지 2019년의 한 경기를 바꾼 것이 아니다. 그녀가 이후 투어에서 보여준 ‘두려움 없는 플레이’, ‘주도적 경기 운영’, ‘위기 때의 냉정함’의 출발점이었다. 그날 윔블던의 잔디 위에서 고프는 ‘전설에게 도전한 15세’에서 ‘스스로 전설을 향해 걷기 시작한 선수’로 변했다. 그리고 그 전환은, 거창한 조언이 아닌 단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
“몇 게임이나 따 낼지 보러 코트에 나가지 마라. 이길 마음으로 나가라.”
코코 고프(미국, 21세, 3위)
- 육상 선수였던 아버지와 체조·육상 모두 뛰어난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6살에 테니스에 입문했다. 주니어 세계 랭킹 1위 출신으로 2019년(15세)에 WTA 투어에 본격 데뷔, 룩셈부르크 오픈에서 생애 첫 WTA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WTA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2022년 복식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고, 2023년 US오픈 우승(만19세)했다. 비너스·세레나 이후 흑인 여성 테니스 선수의 계보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