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잡아 다시 서브를 넣습니다. 에이스를 바라진 않았습니다. 원하는 곳으로만 들어가 3구를 노릴 수 있으면 충분했습니다.
그러나...이 중2 형의 샷은 너무나 강력합니다. 나처럼 죽어라 뛰는 것 같지도 않은데 내 코트 곳곳으로 깊숙이 밀려 들어옵니다. 이 어린 선수에게는 넘사벽의 파워...
"제발 좀 닿아줘...응? 제발...."
저 달아나는 볼을 꼭 받아 넘겨야 하는데.... 결국은 또 포인트를 잃고 말았습니다.
고개를 돌려 엄마가 있는 곳을 바라봅니다.
"엄마...나 어떻게 해야해? 좀 알려줘...응?"
그러나 엄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엄마...어디 갔어? 나 지금 힘들단말야."
엄마는 답이 없습니다. 결국 코트에서는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합니다.
결국 게임은 끝이 났습니다. 스코어는 0-2, 그래도 이 쎈 형을 상대로 2게임을 땄습니다. 1세트 1게임, 2세트도 1게임...
이 내용은 안동 14세 이하 아시아 국제 테니스 투어 대회에서 17일 있었던 경기 이야기 입니다. 초5학년 이예성 선수는 중2 김혁진 선수(전북 전주 소재 전일중학교)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0-2(1-6, 1-6)으로 패했고, 또 다른 상대와 맞붙을 겁니다.
안동 아시아 14세 주니어 대회는 토너먼트 형식이기는 하나 일반 토너먼트와 다릅니다. 총 32드로로 시작해서 1위~32위까지 순위가 정해지는 형식으로 패했다고 해서 경기가 끝나는게 아니라 패자끼리 또 경기를 치릅니다.
승자는 승자끼리, 패자는 패자끼리 대회가 끝날 때까지 매일 경기를 치루게 됩니다. 선수들이 타 지역의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시합을 하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거죠.
이예성 선수는 예선 통과자로 본선 메인 드로에 포함됐고, 본선 1라운드에서 2-1로 역전승하며 2라운드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시드 2번 선수에게 패하며 칸설레이션 게임에 배치되며 매일 매일 조금이라도 많은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이예성 선수의 상대편이었던 전일중(전북 전주) 김혁진 선수는
"상대 선수가 초등학생이라 크게 어렵진 않았는데, 볼을 끝까지 따라가면서 받아 넘겨서 까다로웠어요. 집중력도 있고 잘 치는 것 같아요"
라고 이예성 선수와의 대결에 대해 말했습니다.
이예성(군위 초5) 선수는 "형의 공이 쎄다 보니 끝까지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라고 말하며 엄마를 쳐다 본 이유에 대해 묻자 "엄마가 경기에 대해 알려주고 침착하게 하라고 알려줘요"라고 말했습니다.
코트 밖에서 아들의 경기를 바라보며 맘 졸이던 이예성 군의 어머니(지수연)...
"자꾸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아들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보이지 않도록 숨어서 지켜봤어요. 5학년이 형들과 경기하는 것인만큼 키나 실력면에서 현실감이 있어요. 열심히 재밌게 경기하고 다치지만 말고 좋은 선수로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예성이는 세계적인 투어 선수가 목표라 합니다. 현재 초등 5학년 랭킹 1위이고, 초등 전체 3위 입니다. 이 글의 소재가 된 김혁진 선수, 이예성 선수 모두...아니 대회 출전한 모든 선수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