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 리차드’에서 세리나 윌리엄스의 테니스 대역을 맡았던 17세 테아 프로딘이 실제 US오픈 무대에 섰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세계 1위 등극을 노리고 있는 엘레나 리바키나였다.
 |
| 랭킹 2위인 리바키나는 4강에 오르면 랭킹 1위에 등극하게 된다 |
세계 2위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가 2026 US오픈 여자단식 첫 경기에서 미국의 신예 테아 프로딘을 6-3, 6-2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리바키나에게 이번 US오픈은 단순한 그랜드슬램 하나가 아니다. 아리나 사발렌카가 지키고 있는 세계 1위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WTA가 발표한 세계 1위 시나리오에 따르면 리바키나는 이번 US오픈에서 4강에 진출하면 사발렌카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의 성적과 관계없이 생애 처음 세계 1위를 확정한다. 반대로 사발렌카가 현재의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US오픈에서 우승하는 동시에 리바키나가 4강 이전에 탈락해야 한다.
현재 WTA 랭킹은 사발렌카 1위, 리바키나 2위다. 그 뒤를 제시카 페굴라와 코코 고프가 추격하고 있어 이번 US오픈은 우승 경쟁과 함께 세계 1위 경쟁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런 리바키나의 세계 1위 도전 첫 상대가 흥미로웠다.
영화 속 ‘어린 세리나’가 진짜 US오픈에
 |
| 킹 리챠드 영화에서 어린 세레나 테니스 대역을 맡은 테아 프로틴 |
프로딘은 불과 17세다. 하지만 테니스 팬들에게는 조금 특별한 이력을 가진 선수다. 2021년 개봉한 영화 ‘킹 리차드(King Richard)’에서 어린 세리나 윌리엄스를 연기한 데미 싱글턴의 바디 및 테니스 대역을 맡았다. 당시 12세였던 프로딘은 세리나의 스트로크와 움직임을 재현하며 약 6개월간 영화 촬영에 참여했다.
영화 속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를 꿈꾸는 ‘어린 세리나’를 연기했던 소녀가 5년 뒤 실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US오픈 코트에 선 것이다.
프로딘은 USTA 빌리 진 킹 여자 18세부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우승, US오픈 본선 와일드카드를 획득했다. 리바키나전은 프로딘의 생애 첫 WTA 투어 레벨 경기이자 그랜드슬램 본선 데뷔전이었다.
경기는 경험에서 차이가 났다. 리바키나는 1세트 여섯 번째 게임에서 먼저 브레이크에 성공한 뒤 안정적으로 세트를 가져갔고, 2세트에서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딘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려 11개의 에이스를 기록해 여자 테니스 최고의 서버 가운데 한 명인 리바키나의 6개를 크게 앞섰다. 특히 2세트 1-5로 뒤진 상황에서는 에이스를 잇달아 터뜨리며 매치포인트 3개를 지워 홈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결국 리바키나가 네 번째 매치포인트에서 자신의 여섯 번째 에이스를 꽂으며 6-3, 6-2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리바키나도 17세 신예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오늘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훌륭한 샷을 가지고 있다”고 프로딘을 평가했다.
부상 우려 털어낸 리바키나…목표는 ‘세계 1위’
리바키나에게 이날 승리는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그녀는 US오픈 직전 신시내티 대회에서 부상 문제를 겪으면서 뉴욕에서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프로딘을 상대로 움직임에 큰 문제를 보이지 않으며 컨디션에 대한 걱정을 상당 부분 지웠다.
이제 리바키나는 4강까지 세 경기만 더 승리하면 세계 1위를 자력으로 확정한다.
반면 사발렌카는 US오픈 3연패에 성공해야만 1위 수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사발렌카는 이번 대회가 끝나면 세계 1위 통산 107주, 연속 99주를 기록하게 되며, US오픈 이후에도 1위를 지킬 경우 연속 100주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영화 속 ‘어린 세리나’를 넘어선 리바키나.
첫 관문은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이제 뉴욕에서 그녀가 거두는 한 번의 승리마다 사발렌카가 지키고 있는 세계 1위 자리도 조금씩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프로딘에게도 이날은 패배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영화 속에서 세리나 윌리엄스의 꿈을 대신 연기했던 12세 소녀가 5년 뒤 실제 US오픈 선수로 돌아왔다. 17세 프로딘의 테니스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