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2028년부터 ATP1000 시리즈 개최
2028년부터 테니스 캘린더에 새로운 ATP 마스터스 1000 대회가 추가되며, 개최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확정됐다. 이 대회는 56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1주일간의 대회로, 2월경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걸프 지역의 영향력이 테니스계에서 점점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WTA 파이널스와 넥스트젠 ATP 파이널스를 개최하고 있으며, 공공투자기금(PIF)은 ATP와 WTA 랭킹의 공식 네이밍 파트너다.
그러나 선수들이 시즌 일정이 너무 길다는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이번 새 대회는 의무 참가 대회(mandatory)가 아니다.
ATP 회장 안드레아 가우덴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수들은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일정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들은 ATP 시스템 밖에서도 경기를 하고 있고, 이번 주 사우디에서 열린 식스 킹스 슬램(Six Kings Slam) 같은 시범경기에서도 그걸 볼 수 있었죠.”
그는 또 “비시즌(off-season)이 너무 짧다는 데 동의하며, 이는 선수들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문제다. 팬들도 일정 기간 테니스에서 벗어날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1990년 ATP 마스터스 1000 시리즈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1000급 대회 수가 확장된 사례다.
기존 마스터스 1000 대회와의 관계
사우디 대회는 기존의 인디언웰스, 마이애미, 몬테카를로, 마드리드, 로마, 캐나다(토론토·몬트리올 교대 개최), 신시내티, 상하이, 파리 등의 마스터스 1000 시리즈에 합류하게 된다.
몬테카를로는 현재 유일하게 의무 참가가 아닌 마스터스 1000 대회이며, 사우디 대회도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선수가 이 대회를 건너뛰더라도 연말 보너스 풀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다른 대회에서 랭킹 포인트를 보충할 기회도 주어진다.
기존 9개 마스터스 중 7개가 12일간 열리는데, 많은 선수들이 이 일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사우디 대회는 1주일간만 진행된다. ATP는 2028년 시즌 일정을 조정하여 시즌 종료를 앞당기고, 연말 일정 간소화를 추진 중이다.
가우덴치 회장은
“비시즌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그랜드슬램, ITF, WTA와 같은 방에서 논의해야 하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 4년째 이를 추진 중이다.”
라고 밝혔다.
선수 및 업계 반응
가우덴치는 “오늘날 선수들이 더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생겼고, 더 많은 대회를 뛰고 싶은 유혹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고 선수들은 결국 슬램, 마스터스, ATP 파이널스에 집중해야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알카라즈는 2024년 9월, “이 일정으로는 우리를 죽이게 될 것이다.” 라고 발언하며 시즌 과부하를 비판한 바 있다. 잭 드레이퍼 역시 “선수들이 장기적인 커리어를 유지하려면 투어 일정이 ‘적응(adapt)’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홀거 루네, 엠마 라두카누, 다리아 카사트키나, 엘리나 스비톨리나, 파울라 바도사 등 다수의 톱 선수들이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종료한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노박 조코비치 또한 상하이 마스터스 이후 부상으로 파리 마스터스 출전을 포기했다.
언제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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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스 킹스 슬램'이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의 'ANB 아레나' |
사우디아라비아는 2028년 2월 개최가 유력하다. ATP는 이미 이 시기에 도하(카타르)와 두바이(UAE)를 방문하기 때문에, 걸프 지역 투어 일정의 연장선으로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1월 초 개최는 호주오픈 전 준비 일정과 겹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고, 2월 개최 시 남미 클레이코트 시즌(리우, 부에노스아이레스)이나 유럽 실내 시즌(로테르담 등)과 일정 충돌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중동과 남미를 분리한 2개의 2월 투어 스트림을 구성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상금 규모
사우디 대회의 상금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TP는 모든 마스터스 1000 대회의 최소 상금을 €6,128,940 (약 87억 원)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2025 파리 마스터스가 바로 이 최소 금액 수준이다. 올해 인디언웰스 마스터스는 이보다 약 $500,000(약 6억 8천만 원)을 더 지급했다. 다만 대부분의 1000대회는 최소 금액 기준을 크게 넘기지 않는다.
여자 대회 개최 가능성
현재 새 사우디 대회가 여자(WTA)를 포함할 계획은 없다. 추가 WTA 1000 라이선스도 발급되지 않았으며, 기존 개최지(도하·두바이 등)가 새로운 확장을 거부(veto)할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가능성은 열려 있다.
PIF 산하 서지 스포츠 인베스트먼트 CEO인 대니 타운센드는
“남녀 모두를 위한 대회를 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개최하거나 연속 개최하는 형태로 사우디에서 열리면 이상적이다. 현재는 불가능했지만, 앞으로 가능성이 열린다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최근 몇 년간 축구, 골프, 포뮬러1, 복싱 등 스포츠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인권 문제, 특히 여성의 처우와 동성애 처벌 문제로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2024 WTA 파이널스는 사우디가 처음으로 개최한 여성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