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뜨거운 밤, 관중들을 얼어붙게 한 장면이 연출됐다.
지친 야닉 시너(이탈리아)는 탈론 흐리크스푸르(네덜란드)와의 치열한 대결을 끝내 완주하지 못했다. 세계 1위 경쟁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경기에서, 시너는 결국 경련으로 인한 기권(6-7, 7-5, 3-2) 을 선언했다. |
야닉 시너가 다리 경련으로 3세트 기권하고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코트를 나가고 있다. |
상하이를 흔든 혈전, 그리고 기권
탈론 흐리크스푸르에게 흔들리며 2시간 30분 넘게 이어진 혈투, 야닉 시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그의 몸이 한계를 드러냈다. 시너는 “몸이 멈추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답답한 더위와 높은 습도 속에서 선수들의 몸은 극한의 시련을 겪었고, 시너의 기권을 비롯 당일 예정 된 8경기에서 세 매치가 기권으로 라운드가 결정됐다.
첫 세트를 7-6으로 가져오고, 두 번째 세트에서도 4-3에서 트리플 브레이크 찬스를 맞으며 5-3으로 앞서나갈 기회가 있었으나 시너는 연속 5포인트를 내주며 승기를 잡지 못하며 이후 흐리크스푸르의 페이스에 밀렸고, 네덜란드 선수는 세트 스코어를 동률로 만든 뒤 마침내 특별한 순간 속에서 자신의 커리어 최고 승리를 거뒀다.
시너, 끝내 버텨내지 못한 육체
거의 걸을 수 없는 상태에서 물리치료사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시너는 세계 2위로서 상하이 타이틀을 잃었다. 이 패배로 그는 알카라즈와의 세계 1위 경쟁에서도 상당한 지분을 내주게 됐다. 이는 올해 들어 여섯 번째 패배이자, 신시내티에 이어 마스터스 1000 대회에서 연속으로 기록한 두 번째 기권이었다.
세계 1위 자리를 향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번 부상은 그에게 큰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카를로스 알카라즈는 ATP 랭킹 선두 자리를 한결 여유롭게 지켜가고 있다.
알카라즈, 시즌 1위 굳히기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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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가 상하이 타이틀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알카라즈의 연말랭킹 1위가 거의 확실시 된다 |
2025 시즌의 세계 1위는 카를로스 알카라즈가 사실상 확정적인 분위기다. 시너와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페인 선수에게 왕좌를 지킬 결정적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상하이 마스터스 타이틀을 방어해야 했던 시너는 이번 대회에서 몸 상태 악화로 인해 3회전(라운드 3)에서 기권하며 탈락했다. 이로 인해 그는 무려 950점의 랭킹 포인트를 잃었다.
랭킹 포인트 격차 1,340점
현재 ATP 랭킹에서 두 선수의 격차는 여전히 합리적인 수준(약 1,340점 차이)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시즌 레이스(Race to Turin)에서는 격차가 훨씬 벌어졌다. 알카라즈는 11,040점, 시너는 8,500점으로 2,540점의 격차가 난다. 사실상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알카라즈의 1위 수성이 점점 더 굳어지는 형국이다.
시너, 남은 3개 대회서 최대 3,000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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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는 이제 남은 대회를 모두 우승해야만 연말 랭킹 1위 가능성이 있다 |
시너는 남은 세 개의 주요 토너먼트(비엔나, 파리 마스터스, ATP 파이널스)에서 최대 3,000점을 획득할 기회를 갖고 있다.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야만 알카라즈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
‘기적’이 필요한 복귀 시나리오
결국 시너가 다음 달까지 남자 테니스 정상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기적에 가까운 반전이 필요하다. 그는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부상 여파로 도하, 인디언웰스, 마이애미, 몬테카를로, 마드리드 등 주요 마스터스 대회에 불참한 바 있다. 이 부재가 결국 시즌 후반 저울추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이번 상하이 마스터스에서의 시너의 기권은 2025 시즌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경쟁의 결정적 분기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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