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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한마음 대회에서 정희윤이 서브를 넣고 있다 |
볼이 날아올 방향은 안다. 그런데 라켓을 댈 수가 없다.
네트를 넘어온 볼이 코트에 닿는 순간, 옆으로 빠져나간다. 뒤에서 기다리던 리시버가 급히 쫓아가 보지만 이미 늦었다. 다음에는 조금 더 바깥쪽에 서본다. 이번에는 라켓에 걸렸다. 그러나 간신히 건드린 볼이 상대 전위 앞으로 떠오른다.
정희윤의 서브를 처음 받는 선수들이 겪는 곤혹스러운 순간이다. 경기가 끝나면 네트 건너편에서 한마디가 나온다.
“서브 참 지랄맞네.”
거친 표현이지만, 코트에서는 그만큼 확실한 칭찬도 드물다. 어디로 오는지 알아도 받기 어렵고, 대비했다고 생각해도 다시 당한다는 뜻이다. 정희윤은 그렇게 상대의 푸념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바꿔왔다.
젊은 선수들이 강력하고 화려한 한 방을 꿈꿀 때, 오랫동안 대회장을 누빈 선수들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해야 상대가 가장 불편할까. 어떻게 해야 힘을 덜 쓰고도 다음 공을 유리하게 맞을까.
관중의 탄성을 부르는 샷과 상대의 한숨을 끌어내는 샷. 정희윤은 후자의 위력을 아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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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카토 국화부 랭킹 1위를 했다. 사진출처=정희윤 |
2024년 카토 랭킹 국화부 1위로 한 해를 마감한 정희윤. ‘슈퍼 국화’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올해도 그녀의 프로필에는 입상 트로피를 든 사진이 잇달아 쌓이고 있다. 그 꾸준한 성적 한가운데, 상대가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하는 서브가 있다.
정희윤의 서브는 리시버가 예상하는 길을 곧이 곧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바운스 뒤 베이스라인을 향하지 않고 우측 방향으로 각도 크게 뻗어나가며 상대를 코트 안으로 끌어 당긴다. 베이스라인 뒤에서 볼을 기다리면 볼이 오지 않고, 서둘러 볼을 따라 붙으면 자세가 무너진다. 겨우 넘겨도 다음 공격을 허용하기 쉽다.
첫 리턴을 놓친 선수는 다음 차례에 위치를 바꾸고 라켓을 일찍 준비한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몸으로 받아내는 것은 별개다. 적응하는 동안 게임은 흘러가고, 스코어는 쌓인다.
결국 일부 상대는 정희윤의 서브 게임을 어떻게든 버텨내면서, 자신의 서비스 게임과 정희윤 파트너의 서비스 게임에서 승부를 찾으려 한다. 서브 하나가 상대의 경기 계획까지 바꾸는 셈이다.
그 까다로운 서브는 어디에서 왔을까.
정희윤은 초등학교 시절 정구를 배웠다. 그렇다고 지금의 서브를 그때 배운 것은 아니다. 스스로 만들었다. 각도를 내기 위해 연습했고, 원하는 방향으로 볼이 빠져나가도록 다시 연습했다. 수없이 반복하며 자신의 무기로 다듬었다. 상대에게는 한순간의 당혹감이지만, 정희윤에게는 오랜 시간 쌓아온 결과다.
그런데 승부의 세계에서는 비밀이 영원히 비밀로 남지 않는다. 여러 번 상대해본 선수들이 조금씩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바운스 직후 볼을 잡고, 리턴 위치를 바꾸고, 각도를 예상해 먼저 움직였다.
정희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강한 플랫성 서브를 준비했다.
“상대방이 제 서브에 적응해 대응 전략으로 나올 때 써먹기 위한 거예요.”
옆으로 빠지는 서브를 기다리는 상대에게 빠른 서브를 섞는다. 리시버는 이제 방향뿐 아니라 구질과 속도까지 생각해야 한다. 하나의 무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 무기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무기를 만드는 것. 정희윤의 꾸준함은 그런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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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윤은 각도 큰 슬라이스 서브와 플랫 서브를 번갈아 사용한다 |
제2회 2026 충청남도 한마음 전국동호인 테니스대회 국화부에서도 그 경쟁력이 빛났다. 정희윤은 이기영과 짝을 이뤄 또 하나의 우승을 보탰다.
정희윤은 각도 큰 슬라이스 서브로 상대를 흔들고, 톱스핀을 잔뜩 실은 높은 포핸드와 백핸드 슬라이스로 공의 높이와 리듬을 바꿨다. 상대는 한 가지 타이밍으로 경기를 풀어가기 어려웠다. 높이 튀는 볼에 맞추면 낮게 깔리는 볼이 왔고, 랠리를 버텨내면 다시 까다로운 서비스 게임을 맞아야 했다.
그 옆에는 이기영이 있었다. 상대의 공세를 받아내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팀의 균형을 잡았다. 정희윤이 상대를 흔드는 동안 이기영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우승은 두 사람의 역할이 맞물린 결과였다.
준결승 상대는 랭킹 1위 박만재와 김민정이었다.
정희윤은 김민정을 상대로 각도 큰 슬라이스 서브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김민정은 리턴에 어려움을 겪었고, 경기가 끝날 무렵에야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승부는 상대가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선수 출신 박만재의 대응은 달랐다. 정희윤의 서브를 여러 차례 경험한 그는 바운스 직후 떠오르는 볼을 슬라이스로 받아 넘기고 네트 플레이로 연결했다. 볼이 더 멀리 달아나기 전에 먼저 잡아내려는 대응이었다.
그래도 정희윤·이기영의 흐름을 끊지는 못했다. 두 사람은 준결승을 넘어 결승에서도 자신들의 경쟁력을 이어가며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7년 여전 등장해 상대를 괴롭히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 서브가 지금도 통한다. 처음 마주한 선수에게는 낯설어서 어렵고, 이미 아는 선수에게는 다른 서브까지 섞여 나오니 까다롭다. 익숙해질 법하면 정희윤은 다시 다음 수를 준비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꼽는 최고의 무기는 따로 있다.
“사람들은 제 서브를 어려워하고 많이 이야기 하지만 저는 서브보다는 상대와 수 싸움하는게 더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수를 생각하며 게임을 해요. 네트 플레이에도 장점이 있고요. 이를테면 상대가 포칭 나올 것 같으면 다운더 라인을 친다던가, 네트 플레이로 들어올 것 같으면 톱스핀 로브를 띄운다던가. 쇼트를 놓는 등 이런 수 싸움이 저는 즐거워요. 서브는 단지 상대편이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예요“
상대는 서브를 받느라 진땀을 빼는데, 정희윤은 그 뒤에 이어질 공까지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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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윤의 슬라이스 포핸드, 포핸드도 백핸드도 슬라이스를 많이 사용한다 |
화려한 한 방은 눈에 남는다. 그러나 반복해서 쌓은 기술은 스코어에 남는다. 정희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고, 그것을 상대가 가장 어려워하는 공으로 깎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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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윤의 서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