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인터뷰 기사 장성규의 삶 <1편 방송>에 이어 <2편 테니스>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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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규의 발리 |
Q. 그 바쁜 방송 스케쥴 사이에 테니스는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첫 레슨 날짜를 정확히 기억합니다. 2023년 5월 2일이에요. 그해 제 생일인 4월 21일에 3년 반 동안 진행했던 아침 라디오에서 하차했습니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방송했는데, 그만두면 분명히 그 시간에 잘 것 같았어요. 그 시간을 헛되게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7년동안 함께 일하던 스타일리스트가 오래전부터 “오빠, 테니스 해봐”라고 꾸준히 추천했어요. 당시 저는 골프에 빠져 있었거든요. 제가 “너 골프를 알아?”라고 했더니 “저 골프도 5년 쳤어요. 그런데 테니스가 훨씬 재밌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라디오를 그만두면서 ‘그럼 테니스를 시작해볼까?’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에게 아주 감사합니다.
Q. 라켓 처음 잡았을 때 느낌은 어땠나.
골프에서는 가끔 느끼는 손맛이 테니스에서는 첫날에도 한두 번 나오는 거예요. 공이 맞는 소리와 묵직한 타격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어? 이거 재미있는데?’ 첫인상부터 정말 좋았어요.
Q. 테니스에 깊이 빠져든 계기, 그리고 테니스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전에 배드민턴을 2년 정도 쳤습니다. 제가 운동을 많이 해보지 않아 움직임이 느린 편이라 파트너에게 미안할 때가 많았어요.
한번은 같이 게임했던 아주머니께서 “성규 씨 잘 치네. 이제 한 3개월 친 거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2년을 쳤는데요. 초심자 대회에도 나갔는데 시작한 지 6개월 된 친구에게도 졌어요. 자존감이 떨어지고 흥미도 줄었습니다.
그러다 테니스를 만났는데, 대회가 자주 열리더라고요. 같이 레슨받던 친구와 1년 미만 대회에 나가보자고 했습니다. 여섯 번 나갔는데 다섯 번은 8강에 갔어요. 그리고 만 11개월이 됐을 때, 여섯 번째 도전에서 처음 우승했습니다.
그때 울었습니다. 진짜 감동이었어요. 월드컵 4강에 올라갔을 때처럼 벅찼습니다.
늘 누군가의 경기를 보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제가 주인공이 돼 있었어요. 그 느낌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대회에 나갑니다. 대회가 자주 있다는 것, 직접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테니스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테니스가 바꿔 놓은 일상은.
예전에는 누가 운동하자고 하면 늘 “바빠서”라고 했습니다. 방송이 끝나면 회식이나 모임이 일주일에 네다섯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테니스에 빠지고 보니 줄일 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꼭 필요한 업무상 만남과 단순한 친목 자리를 구분하고 줄였더니, 저는 하루 한 시간을 어떻게든 낼 수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술자리도 줄었습니다. 아내가 걱정하던 부분이었는데, 술을 줄이고 운동하니까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지금도 대회 2주 전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현재 저는 저녁에 코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클럽 세 곳에 가입했습니다. 녹화가 8시에 끝나도 9시에 도착해서 한 시간이라도 치고 하루를 마무리해요. 진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의 큰 선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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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규의 포핸드 |
Q. 빠르게 성장한 비결은 무엇인가. ‘파트너 덕분’이라는 말은 빼고 듣고 싶다.
그런데 그 파트너에 대한 이야기는 꼭 넣어야 합니다. 저는 일단 ‘버스’(역주: 파트너의 실력에 편승하는 것을 의미함)를 탑니다. 잘하는 친구에게 같이 나가자고 부탁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저도 잘 하고 싶고 제 역할을 하고 싶지만, 제 운동 능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있지만,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복식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고, 자신이 받쳐주는
역할을 잘하면 성과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을요.
저는 도움받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대신 실수를 줄이고 파트너를 충분히 받쳐주려고 해요. 그러면 또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잘하는 파트너와 큰 대회에 나가면 많이 배웁니다. 보고 바로 흡수하지는 못해도 가랑비에 옷 젖듯 하나씩,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저도 “더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Q. 대한테니스협회 홍보대사로 위촉됐는데,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어느 날 이형택 감독님께서 전화로 “너 홍보대사 한번 해볼래?”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해도 괜찮을까요? 윤종신, 성시경 선배들을 비롯 테니스로 유명한 선배들이 많은데요”라고 여쭤봤더니, 그건 협회에서 결정할 문제니까 마음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셨어요.
홍보대사로서 이미 테니스를 즐기는 분들보다, 아직 테니스를 모르는 분들에게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취미나 운동을 찾는 분들에게 제 콘텐츠가 한 번이라도 보여서 ‘이거 재미있는 운동인데?’라는 느낌을 줬으면 해요. 테니스를 한번 쳐다보게 하는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지는 역할이죠.
그래서 컨텐츠도 레슨 영상보다는 테니스로 소개팅도 하고 단체 미팅도 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라는 댓글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제가 바랐던 것들이 조금씩 영향을 주고 있구나 싶습니다.
Q. 아들 하준 군에게 테니스를 권했는데.
하준이가 줄넘기를 5년 정도 했습니다. 대회에도 나갔는데 발목을 다쳐 쉬던 중 “아빠, 나 운동선수 하고 싶은데 종목 추천해주면 안 돼요?”라고 했어요.
그때 테니스를 추천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권하기 전에 진로부터 알아봤어요. 중고등학교에서 테니스를 했을 때 대학과 실업팀으로 가는 길, 잘 풀리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되는지, 지금도 테니스가 재미있는지, 행복한지도
코치들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물어본 열 명 중 여덟 명이 행복하다고 답했습니다. 세계 1등이나 국내 1등이 되지 않아도 재미있고 행복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에게 설명해줬더니 “아빠가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하면서 테니스를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했어요.
현재 1년 반 정도 됐는데 대회에 나가면 0-6으로 자주 지기도 합니다. 나름 걱정돼 “괜찮아?”라고 물으면 “아빠, 저
재미있어요. 더 열심히 해볼게요”라고 해요.
재미있을 때까지 하라고 했습니다. 다만 공동체 생활이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은 한번 겪고 이겨내 봤으면 해요. 그 뒤에 그만둬도 괜찮습니다. 어떤 상황에 놓여도 행복할 줄 아는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Q. 테니스를 하며 가장 행복한 점은 무엇인가.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재미있어서 신나게 했을 뿐인데 건강이 덤으로 오고 있어요. 그게 너무 감사합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보다 테니스가 더 큰 가치로 느껴집니다. 테니스를 잘 치려고 술을 억지로 참는게 아니라, 그냥 술보다 테니스가 앞에 있는 느낌이에요. 그 변화가 정말 좋습니다.
Q. 반대로 마음이 상했던 순간도 있었나.
저는 정말 재미 있으려고 대회에 나가는데, 그 모습을 꼬아서 말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냥 반가워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테니스를 좋아하고, 알리고 싶고, 이 운동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연예인이다 보니 파트너를 구하는 출발점이 다른 분들과 다르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런데 인사할때 “뭐 하러 여기까지 왔느냐”, “오늘은 누구를 파트너로 데려왔느냐”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상해요. 그러면 저도 더 독을 품고 경기하게 되더라고요. 악순환이죠.
혹시 제 매너 때문에 상처받은 분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좋은 매너를 배우면서 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Q. 앞으로의 테니스 목표와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전국대회 신인부 우승이 목표입니다. 우승한 뒤에도 오픈부와 단식 대회에 나가겠지만, 그때부터는 조금 더 편하게 운동을 즐기는 마음이 될 것 같아요.
중계도 해보고 싶습니다. 국내대회든 동호인대회든, 아들이 뛰는 주니어 대회든 상관없어요. 임새미 해설위원이 큰 대회를 중계하지만 동호인대회도 중계하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 보기 좋더라고요. 저도 다양한 현장에서 재미있게 중계해보고 싶습니다.
알카라스와 시너가 한국에 왔을 때 중계를 맡았던 순간도 정말 벅찼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테니스 덕분에 그런 선수들을 만나 대화하고, 사인도 받고, 가까이에서 경기를 중계했으니까요.
라디오를 그만두면서 시작한 작은 행동 하나가 나비효과처럼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정말 신기해요. 오늘 내가 하는 작은 행동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는 일이구나, 그 이야기를 많은 분께 전하고 싶습니다.
Q. 전국의 테니스 동호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어디서든 친근하게 인사드릴 마음의 준비가 돼 있습니다. 좋은 매너를 배우고, 다른 분들께 폐를 끼치지 않는 동호인이 되겠습니다.
저와 함께 테니스도 쳐주시고 많이 가르쳐주세요. 어디서 뵙든 반갑게 인사했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함께 테니스를 쳤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 방극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