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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랭킹 포인트에 집계되는 15개 대회 모두 4강 입상 성적으로 채우고 싶다는 이순규 |
이제 11월, 2016년도 2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WTA는 지난 10월 24일부터 30일까지 WTA랭킹 8위까지 출전할 수 있는 WTA파이널을 싱가포르에서 개최했다. 결승에 WTA 랭킹 1위인 안젤리크 케르버(독일)와 랭킹8위의 도미니카 시불코바(슬로바키아)가 붙어 시불코바가 2016년 우승자가 됐다. ATP(세계 남자 프로테니스협회)역시 단 복식 랭킹 1~8위까지 영국 런던으로 초청해서 11월 13~20일까지 1주일간 대회를 열어 2016년 우승자를 뽑는다. 런던 파이널에서 우승한 선수 역시 2016년 ATP우승자가 된다.
톱 플레이어들이 파이널이 다가오면 자신들의 랭킹을 올리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뽑아내며 최선을 다하듯 전국대회를 다니는 동호인들 역시 연말 시즌이 거의 끝나는 11월이면 신경이 곤두선다. 복식 랭킹을 집계하고 있는 3개의 단체(카타, 카토, KTA)와 단식까지 총 4개의 랭킹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단체들은 거의 11월이면 랭킹에 포함되는 대회를 종료하기 때문이다.
카타의 랭킹은 1년동안 출전했던 대회 중 상위 15개의 포인트를 합산해서 정해진다. 단식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충식에 이어 현재(11월9일자) 카타 랭킹 1위인 이순규씨를 비트로팀 재능기부기념 초청대회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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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로팀에서 원 포인트 레슨을 하고 있는 이순규 |
- 이제 2016년도 랭킹 대회도 거의 마지막에 달했다. 1년동안 테니스로 달려온 기분은 어떤가?
씁쓸하달까? 이제 나 자신이 서서히 하락하고 있음을 느낀다. 올 해 49살이다. 이제 2개월만 지나면 50이다. 젊은 후배들에게 서서히 밀려감을 느낀다. 그들의 파워, 그들의 실력을 감당하기에 조금은 역부족임을 느낀다.
- 동호인 시합에서 아직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나?
지난해까지는 공을 칠 때 두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서서히 공을 칠 때 망설임이 오기 시작했다. 잘 들어갈까? 내 공이 먹힐까? 하는 어두운 그림자다. 파워 테니스에서 노련미를 가미한 테니스로 지금은 버티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 노련미가 언제까지 효과가 있을지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 모두들 연말이 되면 랭킹 순위에 집중한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난 이미 연말랭킹 1위를 해봤다. 다른 이들은 연말랭킹 1위가 목표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다른 목표가 있다. 그것은 랭킹에 포함되는 15개의 대회 모두 4강 이상으로 채우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8강으로 채우는 것이 목표였는데 달성했다. 랭킹 1위보다 랭킹에 포함되는 15개의 대회 모두 4강 이상으로 채우는 것. 이것이 올해 나의 목표다.
-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이제 1개 남았다. 올해 21개의 대회에 출전해서 4강 이상으로 14개를 채웠다. 올해 카타에서 남은 대회가 안양 한우리배와 동운배다. 그 둘 중 하나만 4강에 오르면 올해 나의 목표는 달성된다.
- 동호인 톱 플레이어로써 우승회피에 대한 생각은?
우승 회피하는 부분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나 기본적으로 우승회피는 없어져야 할 병폐다. 그 병폐는 동호인대회의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악용하는 선수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동호인들 사이에 카타에서 우승하는 것은 바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카토나 KTA에서는 타 단체 우승을 인정하지만 카타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카타 신인부는 타 단체 우승자도 출전할 수 있다. 인정하려면 모든 단체가 인정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면 모든 단체가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우승 회피로 인한 문제가 많이 대두됨으로써 각 단체에서 보완을 하고 있지만 규정 통일의 필요성은 분명 있어 보인다.
- 앞으로 자신의 테니스는 어떻게 변할 것 같은가?
동호인으로서 테니스로 해 볼 것은 다 해봤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갈수록 비트로팀의 재능기부와 같은 일이 나에게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제 성적 위주의 테니스 보다는 테니스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인터뷰는 담배 한 대의 시간에 이루어졌다. 한 모금의 담배 연기가 가을 바람에 흩어진다. 이제 후배들에게 양보 아닌 양보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이순규씨, 감나무 끝에 달린 빨간 홍시, 까치 밥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이순규씨는 자신의 테니스를 넘어 이제 새로운 싹을 틔우고 싶어했다. 까치 밥에서 땅으로 떨어진 감 씨앗은 겨울을 지나고 이듬해 새로운 싹을 틔울 것이다. 테니스를 위한 까치 밥. 그것이 이순규씨가 꿈꾸는 테니스다.